[딸인문학] 교과서에 갇히지 말자

교과서 안으로 갇히는 인생은 그 너머를 살 수가 없다

by 모간

# 받아쓰기 대마왕


모간은 국어 선생님이 아니다. 하지만 세종대왕을 가장 존경하고 문자나 글에 유독 관심이 많다. 덕분에 모간의 잔소리 교양은 애지중지는 물론 파라솔까지 이어진다. 파라솔은 악필이지만, 모간이 사랑으로 품어준 유일한 남자이기 때문이다.


모간 : 애지중지야, 글자체는 내 얼굴과도 같아. 얼굴은 어때? 내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지? 마음이 예쁘면 얼굴도 예쁘고, 얼굴이 예쁘면 글자도 예뻐져. 글자를 못써도 인생을 사는데 전혀 지장은 없지만 글자를 잘 쓰면 인생은 조금 더 우아하고 풍요로워져. 엄마 생각.


애지중지 : 네! (대답은 잘함)


모간 : 애지는 수요일 받아쓰기, 중지는 목요일 받아쓰기 있으니까 준비 잘하고 글씨도 정성스럽게 써요!


애지중지 : 네! (대답이라도 잘해서 다행)


화요일 저녁,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왔다. 거실 책상 위에 쪽지 한 장이 놓여있었다. 애지가 써놓은 메모였다.


"엄마, 잘 치고 칭찬받을 준비 할꼐요"


애지는 모음을 적을 때 과하게 삐침을 하는 바람에, 손우산을 드리운 것처럼 글자를 덮는다. 적당히 삐치거나, 직선으로 내려쓰면 그만인데 유독 힘을 쏟는다. 그 덕에 '께'가 '꼐'로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엄마는 도끼눈을 뜨고 '오타'를 찾고, 애지는 토끼눈을 뜨고 '맞춤법'을 지킨다.


꿀이 뚝뚝 떨어지는 이런 메모는 보고만 있어도 달달하다. '께'든 '꼐'든 모간에게는 '깨'가 쏟아지는 순간이다. 엄마의 잔소리를 사랑으로 돌려주는 애지, 모간은 이런 사랑 앞에서 뜨거움을 느낀다.


사랑 안에는 오타도 수두룩하고, 오타 같은 오해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그 자잘한 티끌이 우리의 뜨거움을 식힐 수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더 깊이, 각인시켜줄 뿐이다.


< 열살 어른 애지가 모간에게 보내는 메모 >



# 우리, 교과서 안에 갇히지 말자!


애지중지가 조금 커서 그런가, 먹이고 재우는 보육 중심의 육아가 공부와 같은 학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부인하고 싶지만, 시간에 걸맞은 생존법을 마다할 수는 없다.


그러면서도 문득, 스스로 발목을 잡고 잠시 멈춰 선다. 한 걸음만 더 멀리 보자! 조금 떨어져서 보면 안달복달 종종걸음 칠 필요는 전혀 없다.

애지중지야, 우리 교과서 안에 갇혀서 살지 말자. 교과서만 파도 성공한다지만, 교과서 안에 머무는 삶이 결코 전부는 아닌 것 같다. 공부를 '잘' 할 필요는 없지만 공부를 '할' 필요는 있다고 하더라. 매일매일 배워야 하는 것은 꼭 배우되, 우리 교과서 그 너머 인생과 꿈에 대해 조금 더 자주 이야기하면 좋겠어.


"교과서를 넘어서야, 교과서에 나오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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