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8 지옥을 탈출한 여자
“돌싱이라고요?”
이혼 후 1년이 지났을까. 소개팅이 들어왔다. 남자 때문에 목숨을 잃을 뻔했기 때문에. 다시는 누군가를 사랑하지 말아야지 생각했지만. 그래도 내 인생의 마지막 남자를 가정폭력범으로 마무리하고 싶지 않다는. 그런 이중적인 생각이 들었다.
꽃이 다시 피어나는 어느 봄날. 난 소개팅을 하러 갔다. 햇살이 밝게 비춰 들어오는 그곳은. 아기자기한 소품이 많은 카페였다. 따뜻하고 나른한 느낌에. 과거의 악몽 같은 일들이 꿈처럼 느껴졌다. 이런 평온한 세상 속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다.
소개팅남이 들어오고. 어색한 인사를 나눈 뒤. 음료를 주문했다. 첫 만남에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라는 감도 잃은 채. 이름과 나이를 얘기하고. 어디에 사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대화를 나눴다. 따뜻한 바깥과 달리 어딘가에서 한기가 느껴졌다.
나이 37세. 키 173cm. 뿔테안경을 쓴 그는. 얼굴은 평범하고. 직업은 중견기업에 다닌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냥 ‘평범’ 그 자체였다. 첫 만남이지만. 돌싱이라는 사실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다짜고짜 내 상황(?)을 밝혔다.
그는 돌싱이라는 말에 내 얼굴을 유심히 쳐다봤다. 묘하게 긴장감이 사라진 느낌이었다. 문득 “가정폭력범과 이혼한 돌싱녀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뭐라고 변명해야 할까.
“혹시 이혼 사유가 뭔지 물어봐도 될까요?”
이혼 사유... 옥상에서 뛰어내려서 지탈녀가 된 걸 설명해야 할까. 처음 만난 남자에게 이혼 과정을 설명하기에.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은 과거가. 꽤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정확한 사유는... 가정폭력이에요... 분노조절장애가 심했거든요.”
가정폭력이라는 말에. 그는 안경을 한 번 쓱 올리고. 다시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생각이 많아진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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