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9 지옥을 탈출한 여자
“저는 돌싱녀에 대한 편견은 없거든요.”
하늘이 무너져도 죽으라는 법은 없다. 살아있는 한 누군가에 의해. 이름 모르는 어떤 신에 의해. 아주 평범한 시민 중 한 명처럼 살아졌다. 비록 나를 비운의 돌싱녀라고 보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 관심도 서서히 옅어졌다.
난 유명인이 아니고.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 중 한 명이니까.
꽤 쓸쓸한 바람이 불어오고. 바닥만 밟아도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어느 가을날. 난 두 번째 소개팅을 했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그림처럼 보이는. 경복궁 근처의 카페였다.
상대방은 먼저 도착해 있었다. 키는 176cm. 눈썹이 진하고 눈이 살짝 찢어진 편이었지만 외모는 준수한 편이었다. 얼굴은 하얗다 못해 창백했다. 근데 말할 때 유독 한쪽 입꼬리만 올라갔다. 그 모습이 거슬려서. 그가 무슨 말을 해도 몰입이 잘 안됐다.
돌싱녀에 대한 편견이 없다는 달콤한 말을 할 때조차도. 그의 약간 불안한 시선 처리와 한쪽으로만 올라가는 입꼬리에. 묘하게 쎄한 느낌이 들었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이혼한 후 동화 같았던 세상은 사라졌다. 이제는 더 이상 밝은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 예전에는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면 장점부터 보려고 했는데. 이제는 그럴 수가 없게 됐다.
나를 해치지 않을. 안전한 사람인가. 이 항목이 첫 번째였다. 외모, 능력, 키. 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곁에 있을 때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가. 내가 보는 유일한 조건이었다.
첫 번째 소개팅처럼 내 상황에 대해 먼저 말했다. 가정폭력으로 이혼한 돌싱녀라고. 30대가 되니 밀당하고 간 보고. 그렇게 시간 낭비할 에너지도 없었다. 마음에 안 들어도 그냥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처럼. 마치 지나가는 바람처럼. 잠깐 이야기하다 헤어지면 그만이었다.
서로의 직업에 대해 이야기하다 그는 자신을 사업가라고 소개했다. 어떤 사업을 하는지 물어봤지만. 뚜렷하게 대답해 주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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