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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한울 Jun 28. 2019

퇴사 후 유럽 -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2)

2018.05.01

새벽부터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번개가 쳤다.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보다 나를 당황스럽게 했던 것은 지금 유럽은 어느 곳에 가나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어제 하루 종일 바르셀로나를 돌아다니며 사전 예매를 하지 않아 들어가 보지 못한 유명 관광지에 대한 아쉬움은 접었지만, 구엘공원은 꼭 가보고 싶었다. 매표소에서 아침 6시에서 8시 사이에는 무료입장을 할 수 있다고 알려줘서 일찍 일어났는데 요란스러운 날씨에 망설여졌다. 하지만 이미 씻고 나갈 준비까지 마친 상황이기도 했고, 새벽부터 당장 할 일도 없어서 도전해 보기로 했다. 


아침은 밝았지만 흐린 날씨로 우중충하고 인적 드문 거리를 걷는다는 것은 온몸이 경고신호를 보낼 만큼 긴장되는 일이었다. 숙소에서 구엘공원까지 가려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야 했는데, 버스 운행시간을 파악하지 못해 지하철을 택했다. 다행히 숙소 가까운 곳에 역이 있어서 들어가려고 하던 찰나, 술냄새가 진동하는 외국인 무리가 지하철 역을 나오고 있었다. 그들이 꼭 내게 해코지한다는 법은 없지만 순간 머릿속으로는 온갖 위기 대응법을 생각하며 긴장했다. 그때 나와 같은 여행자로 보이는 배낭을 멘 사람이 유유자적 지하철 역으로 가는 것을 보고 그를 따라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하며 외국인 무리와 최대한 멀리 떨어져 이동했다.


어제 미리 답사를 다녀왔기 때문에 지하철 역에서 내려 어디로 이동해야 된다는 것은 지도를 보지 않아도 훤하게 알고 있었지만 너무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한 번 다녀왔던 거리도 낯설게 느껴졌다. 거리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경계하며 구엘공원으로 쉬지도 않고 걸었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나처럼 입장권을 구하지 못했는지 무료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들을 관리하기 위해 새벽부터 출근한 직원들도 보였다. 그제야 안도감이 들며 편한 마음으로 여유롭게 구엘공원을 감상했다.


생각해보니 오늘은 노동절로, 유럽에서도 공휴일에 해당하는 날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세계 각지에서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쉬지도 못하고 출근한 직원들을 생각하니 어느 나라든 휴일에도 근무하는 근로자는 존재한다는 사실이 애달펐다. 물론 구엘공원 관람을 마치고 하루 종일 바르셀로나 거리를 걸어본 결과, 몇몇 식당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아서 '공휴일'이라는 느낌이 한국보다는 확연하게 드러나긴 했지만. 하지만 더욱, 이러한 분위기 속에 일하는 사람들이 신경 쓰였다. 왜 모두가 쉴 때 쉬고, 일할 때 일하는 것이 불가능할까. 생각해보면 사회를 이루는 모든 구성원이 일을 하지 '않는다'라고 가정하면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오히려 더 큰 불편과 혼란이 발생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때문에 어떤 특정 분야의 근로자들은 공식적으로 지정된 휴일에 쉬지 못하는 불편을 감수해야만 한다. 다만 그러한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이 인정되고 정당하게 보상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사회를 살아가며 '당연하다'라고 느끼는 모든 것들에는 이 것을 가능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하지만 평소에는 생각지도 않다가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느끼게 되면 비난을 퍼붓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회의가 든다. 사회는 당연한 것들에 대해서는 쉽게 '인정'해 주지 않는다. 당연한 일을 하는 사람은 이 것을 누리는 사람들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결국 나는 그 '당연한 일'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 나의 노력이 인정되지 않고 인정받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 지쳐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인정받지 못하는 일을 하는 근로자는 자존감이 떨어지고 일을 해야 하는 목적의식이 사라진다. 누군가에게 항상 인정받을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스스로의 가치와 신념만을 가지고 일을 하기에도 벅차다. 나를 계속 일하게 하는 원동력, 노동의 의미를 나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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