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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한울 Jun 26. 2019

퇴사 후 유럽 -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1)

2018.04.30

어제 그라나다에서 기차를 타고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기차로 이동시간은 약 5시간이었지만, 실제로는 렌페를 탈 수 있는 그라나다 역까지 셔틀버스로 1시간 30분 정도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총 7시간이 걸려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알람브라 성이 아직도 눈에 어른거릴 만큼 잊히지 않지만 워낙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라 사람도 많고 복잡해서 관광을 빨리 마치고 숙소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 컸다. 평소 유럽여행 성수기는 6월부터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곳에 와보니 4월도 마찬가지로 성수기인 것 같다. 가족, 연인, 부부 등 어디를 가나 여행을 온 관광객들 천지였다. 조금 한산한 여행을 꿈꾸며 일정을 4월로 잡았는데 내 기대와는 달리 북적이는 인파에 시달리다 보니 몸이 많이 피로했다. 그렇게 도착한 바르셀로나의 숙소에서는 새벽 내내 코를 고는 옆 침대 투숙객으로 밤잠을 설쳤다.


그리고 시작된 바르셀로나에서의 첫날, 이 곳도 워낙 잘 알려진 관광지이고 큰 도시이다 보니 어딜 가나 사람이 많았다. 특히 유명한 관광지는 이미 입장권이 솔드 아웃되어 관광하는데도 어려움이 많았다. 며칠 전에 예약을 하는 게 당연한 듯 매표소에서도 다른 방법을 제시해 주지 못했다. 관광지가 무너져 내리지 않을까 걱정될 만큼 많은 인파를 바라보며 관광을 하고 싶은 마음이 싹 가셔서 아쉽지는 않았지만 만약 구엘공원이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보는 것을 목적을 두고 왔다면 많이 실망할 뻔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부터 (중간에 포르투갈을 거치긴 했지만) 바르셀로나까지 정말 짧은 기간 동안 순식간에 여행했지만 가장 좋았던 곳을 꼽으라면 세고비아와 론다이다. 광활한 자연과 중세시대 건축물이 멋스럽게 어우러지고 사람도 북적이지 않아 걷기에도 좋았던 여행지였다. 나의 여행은 조용히 무언가를 관망했을 때 비로소 '여행'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스페인에 다시 온다면 좀 더 호젓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소도시나 근교 여행을 다시 한번 하고 싶다. 


20대 때만 하더라도 사람이 북적북적 한 곳을 좋아했었는데 취향은 변하나 보다. 바르셀로나에 왔어도 다른 관광명소보다 '몬주익 성'에서 360도 탁 트인 바르셀로나 시내를 바라보는 것이 가장 좋았고 마음이 편했다.

탁 트인 공간에 사람도 별로 없고 한 편에는 푸르른 지중해가, 다른 한 편에는 도시의 풍경이 묘하게 어우러져 각도를 달리하여 풍경을 바라보는 재미가 있었다. 짧은 기간에 가고 싶은 곳은 많고, 욕심도 생기다 보니 그동안 여행을 하면서 체력적으로도 많이 지쳤다. 낯선 곳에서 글도 모르고 말도 못 하는 '혼자' 몸으로 여행하는 것도 매 순간 긴장의 연속이었다. 거기다 어딜 가나 인파에 치이니 피로도가 극을 달하고 있었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몬주익 성'에서 큰 힐링을 느끼며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이 또한 정말 그리운 순간이 될 텐데 순간순간 드는 감정들로 금세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항상 너무 많은 욕심과 기대는 사람을 조급하게 만들고 미래를 불안하게 한다. 기대보다 별로여서 속상하고 조그만 것에도 쉽게 불편하고 짜증을 내며 후회가 밀려올 때도 있지만 이 또한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매 순간이 어찌 좋을 수만 있겠는가. 여행을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면 어느 순간 당연한 '일상'이 되어 더 이상 특별하고 즐거운 의미를 찾지 못하게 된다.


결국 나의 '마음'이 무엇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지금의 현실이 즐거운 '여행'이 되기도, 괴로운 '일상'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나의 마음가짐. 어떤 마음으로 살고, 또 일상을 견뎌야 할까?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고 싶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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