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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한울 Jul 02. 2019

퇴사 후 유럽 - 프랑스 파리에서(2)

2018.05.03

프랑스 파리는 나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대한민국 서울에 있는 것과 크게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도시'의 강한 이미지는 세계화라는 큰 범주에 잠식당했고, 내가 기대했던 '정취'를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유럽 여행이 처음이라 남들 하는 것은 다 하고 싶었는지 프랑스의 주요 랜드마크는 직접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 뻔한 일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안 봤으면 후회할 뻔했다. 


처음 에펠탑을 마주했을 때는 공원 곳곳이 공사 중이어서 입구를 찾아 들어가는 데도 꽤 길을 헤맸다.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관광지에서는 항상 검문이 있었기 때문에 삼엄한 분위기에 압도당해 괜히 긴장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관문을 넘어 만나게 된 에펠탑은 참 매력적인 건축물이었다. 예전에는 흉물스럽다고 철거 위기까지 겪었던 건축물이 지금은 파리라는 도시를 대표하는 유일무이한 랜드마크가 되었다는 것을 상기시켜 보면 '예술'의 시대적 가치는 정말 가늠하기 힘들다. 에펠탑이 가장 낭만적으로 느껴졌을 때는 밝은 빛이 사라지고 도시에 어둠이 내렸을 때, 마치 에펠탑에서 별이 쏟아지듯 조명이 반짝거렸던 순간이었다. 평소 '낭만'이라는 단어를 쓸 만큼 감성적이지 않는데, 개선문에서 바라본 반짝이는 에펠탑은 '낭만' 외에 다른 단어로 표현하기 힘들었다. 누군가와 그 순간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주체되지 않았지만 한국 시간으로 새벽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욕구를 꾹 억눌렀다. 파리의 밤공기는 차갑고 매서웠지만, 그 추위 속에서 바라본 잠깐의 조명쇼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베르사유 궁전은 그 입구부터가 웅장하고, 화려했다. 당시 프랑스 시민의 생활이 참담했었다는 사실을 궁전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 모를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를 투자하여 베르사유 궁전을 걸어 다녀 보았는데, 정말 하루의 시간으로는 부족할 만큼 끝없이 넓고 넓었다. 하나의 세계를 이 궁전 안에 집약해 놓고 싶었던 듯, 이 곳에 있으면 아름다운 것들만 바라보며 풍요롭게 먹고 마시고 즐기는 생활을 영원히 지속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궁전에서 사는 사람들은 이 안에서 모든 것을 아낌없이 누렸을 테지만 결국 그 세계를 오래도록 유지하지는 못했다. 외부와 소통을 거부하고, 자신의 안위와 행복, '부'를 지키려고 했던 지배계층의 당연한 몰락을 지금의 베르사유 궁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만약 그때의 왕족과 귀족이 현재 모두를 위해 활짝 개방된 궁전을 보면 어떤 표정을 보일까 상상해 봤다. 


그저 '도시'라고만 생각했던 파리였지만, 그래도 부지런히 돌아다녀 보니 볼 것도 많고 생각할 거리도 많다. 그래서 다들 파리를 사랑하나 보다. 벌써 여행이 5월로 접어들었다. 스페인에 있을 때만 해도, 남아 있는 5월 한 달의 시간을 생각하며 여유로운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갑자기 일정이 빠르게 흘러가는 느낌이다.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여행도,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이 여유도 어쩔 수 없이 '마지막'에 다다른다. 때문에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생각하라는 말이 달리 나온 것이 아닌가 보다. 여행이 끝나는 날까지 아프지 않고, 지치지 않고 내 생애 다시 있을지 모를 이번 여행을 잘 이끌어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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