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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한울 Jul 08. 2019

퇴사 후 유럽 -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2018.05.08

스위스의 자연을 즐기다가 이탈리아로 오니 사람이 많고 모든 게 바쁘게 돌아가는 정신없는 도시 분위기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처음 기차역에 내려 이탈리아 피렌체를 마주하게 되었을 때는 왠지 모르게 무섭고 황량한 느낌을 받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도 무섭고, 여기저기에서 쏟아지듯 몰리는 인파에 어느새 배낭을 꼭 끌어안고 다니게 되었다. 온통 공사 중이어서 도로 사정이 좋지 못해 걷기도 힘들었다. 버스를 타기로 결정했지만 정류장에는 원주민인지, 관광객인지 모를 사람들이 가득했고 그 사람들이 모두 버스에 우르르 타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장면은 대한민국 서울의 출퇴근 장면을 보는 듯했다. 그런 정신없는 가운데 숙소에 도착했는데, 두오모 가까운 곳에 있는 호스텔이라 엄청난 인파를 헤치고 다녀야 했다. 여행하면서 받아본 적 없는 '추행'도 이곳에서 처음 받았다. 호스텔 내 배정된 침대는 언제 빨았을까 의심이 되는 눅눅하고 칙칙한 색깔의 담요가 나를 반겨주었다. 정말 최악이라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며 짐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피렌체에 도착한 날은 하루 종일 우중충했다. 결국 시원하게 비가 쏟아졌고 날이 저물었다. 덕분에 거리에 북적이던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그제야 피렌체라는 도시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다.

돌 길과 건물들, 두오모를 기준으로 사방으로 뻗어있는 좁은 골목길에는 어떤 곳에서든 피렌체의 대표적인 건물을 찾아볼 수 있다. 비가 오고 해가 지는 어둑해진 저녁 무렵의 시간이 도시 곳곳의 분위기를 더욱 고풍스럽고 낭만적으로 만들어주었다. '냉정과 열정사이' 영화와 책을 보지는 않았지만, 왜 많은 도시들 중 피렌체를 선택했는지 알 것도 같았다. 


이 곳에 있으면 날씨가 화창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오히려 조금은 우중충한 날씨가 피렌체와 잘 어울리는 듯했다. 지금처럼 사람만 없다면, 이 도시를 여유롭게 마음껏 느끼다 갈 수 있을 텐데 그 점이 좀 아쉬웠다. 한 도시에서 오랜 기간 머물며 여행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비로소 이해가 됐다.


내일은 피렌체 근교 또는 두오모 관광을 해 볼까 한다. 두오모 성당은 밖에서 한 바퀴 둘러봐도 멋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실내 관광도 하기로 했다. 처음 유럽 여행을 준비할 때만 해도 '관광'에 연연하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막상 여행을 와보니 내가 다시 유럽여행을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일정이 점점 추가되고 있다. 처음 계획과는 달리, 그때그때 순간적으로 드는 느낌과 생각으로 여행을 한다.


어차피 인생은 한 번이고, 이번 여행도 내 30대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일 테니까. 되도록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다.

다시 올 지 모르는 이 순간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즐겨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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