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한울 Jul 17. 2019

퇴사 후 유럽 - 독일 뷔르츠부르크에서

2018.05.15

여행을 시작한 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간다. 40일간의 여행이 길게 느껴졌는데, 이제는 여행을 해 온 날들이 남은 날들보다 많다. 여행을 시작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지금과는 체력적으로도, 심적으로도 매우 달랐던 것 같다. 처음에는 그저 신이 나고 '여행'이니까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할 줄만 알았다. 하지만 '이방인'으로 매일 거주를 달리하며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일정에 지쳐가고 스트레스도 쌓여가면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날들도 있었다.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장기간 외국 여행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다수의 여행 후기에서 유럽 여행을 할 때는 특히 소지품 도난에 주의해야 한다는 말에 관광을 하면서도 항상 긴장상태였고 언어에 자신이 없으니 어디를 가도 위축됐다. 심한 인종차별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여행을 하면서 생전 접해보지 못한 무례한 태도들을 견디는 것도 억울하고 분했다. 역시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한 마디 멋있게 쏘아주고 싶어도 영어가 안되니 그저 피하거나 참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독일이라는 나라를 편하게 즐길 수 없었다. 프랑스에서부터 여러 가지 면에서 지치고 힘든 상황들이 누적된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 나라에 익숙해지고 편안해지지 않았다. 


내일은 뉘른베르크를 거쳐 체코 프라하로 향하는 일정이다. 처음에는 한국 관광객이 너무 많다고 해서 일정에 넣는 것을 고민했는데 지금 상황으로는 프라하에 가는 것이 안정감을 느끼고 편하게 여행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기차나 버스로 편하게 국경을 넘기 때문에 다른 나라를 여행한다는 기분이 크게 들지는 않아서 그렇지 나라마다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제발 체코부터 시작되는 동유럽 여행은 즐겁고 편하게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남은 여행 일정도 얼마 없는데, 이렇게 힘없고 피곤하기만 한 생각으로 견뎌내는 하루가 내게는 너무 아깝고 아쉽다. 


물론 뷔르츠부르크 요새를 오르는 산길과 포토밭 언덕은 정말 좋아서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잠시는 잊게 해 주었지만... 아침 일찍 시작하는 일정으로 피곤하고 잠이 부족한 이유도 있었을까를 생각하며 오늘은 평소보다 빨리 잠자리에 들었다. 남은 여행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상기하며 한국으로 돌아갈 일이 막막해지면서도 기대되는 모순된 감정을 느끼며 한껏 싱숭생숭한 기분으로 독일에서 마지막 밤을 보낸다. 

독일 뷔르츠부르크에서 유일한 힐링 요소였던 포도밭과 산길
작가의 이전글 퇴사 후 유럽 - 독일 뮌헨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