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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한울 Jul 16. 2019

퇴사 후 유럽 - 독일 뮌헨에서

2018.05.14

뮌헨에 위치한 호스텔에서 숙박을 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배정받은 방에 한국인 여성만 4명이었다. 서로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반가운 마음에 한국어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며 각자의 여행 후기를 꺼내놓았다. 한참을 이야기 나누다가 밀린 빨래를 하고 나니 하루가 다 지나가버렸다. 도미터리 룸이었지만 코를 고는 룸메이트가 없어서 오래간만에 방해받지 않고 잠을 푹 잘 수 있었다.


처음 여행을 계획할 때는 독일도 기대되는 나라 중 하나였는데, 막상 마주하게 된 '뮌헨'은 내가 기대했던 독일과는 다른 이미지였다. 이탈리아에서 '인종차별'을 당한 기억에 더욱 예민해졌는지도 모르지만, 독일에 도착했을 때부터 여행을 하는 내내 뭔가 명확하게 설명하기에는 힘들지만 내가 '거부'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막상 인종차별을 체감하고 나니, 도대체 왜 이들은 자신과 다른 인종에 대해서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인지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독일어를 할 수 있었다면, 아니 영어라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었다면 당당하게 물어보고 따지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스스로가 더욱 초라하게 느껴졌다. 물론 나도 한국에서 나와 다른 외국인들에게 얼마나 친절했는가를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이상한 시선을 두며 사람을 민망하게 한 적은 없었다.


환영받지 못한 관광객에게는 독일에서 여행이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뮌헨에서 '퓌센'으로 이동하는 기차 안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10대 독일 학생들의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졌고, 퓌센에서 이동하는 중에 마주쳤던 독일 남성이 나를 조롱하듯 일본말로 인사하는 태도에도 기분이 나빴다.

문화적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 스스로가 오해를 만들어 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오해들이 여행을 하는 동안 자주 발생하고 차곡차곡 쌓이다 보니 이 나라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여행이라는 것이 기대만큼 충족스럽지 않을 때가 있는데, 독일 '뮌헨'이 딱 그럴 것 같다. 대신 이 곳에서 만난 '사람'에 대한 기억만 좋은 추억으로 남겨가고 싶다. 퓌센을 함께 여행한 중국인 여학생과 호스텔에서 만난 한국인 친구들. 각자의 이유로 여행을 시작한 사람들이 모이고 다시 흩어지는 그 순간이 아쉽기도 하면서 힘이 되기도 한다. 부디 다들 건강하게 지금 이 시간을 즐겁게 채워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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