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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지기 Apr 24. 2023

엄마가 미안해 용서해 줘

진심을 담은 사과에 아이의 눈물이 뚝 그친다

또 울리고 말았다.

그러지 말아야지 결심하지만 길들여진 대화패턴이나 말하는 방식을 고치는 일은 쉽지 않다.

오늘, 생각의 질문에 대한 답을 듣지 못 화를 냈다.


아버지는 경찰이셨다.

어린 시절부터 책임과 권리에 대한 훈육으로 길러졌다.

어쩌다보니 대를 이어 같은 직업을 갖게 되었고, 그런 탓에 말투가 차갑고 딱딱해졌다.

본디 친절한 말투도 아니었으니 누군가를 혼내기에 적합한 최적의 환경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나인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나의 부모님과 같은 부모가 되고 싶지 않았다.

무엇이든 본인 의사에 반하는걸 시키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나는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자기주도학습을 지도했고 래서 학원도 보내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공부하라는 말을 종일 입에 달고 사시던 엄마의 성화에 못이겨 열심히 공부하는 척 연기하며 지낸 학창시절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공부라는게 억지로 시키는데 한계가 있고 진짜 하고 싶은 사람은 자기가  알아서 한다.

나는 '말 잘듣는 척, 공부 하는 척'에 유능했고 그런 탓에 나의 꿈은 제대로 찾을 기회도 갖지 못한 채 엄마의 목표이던 공무원이 되었고 이제는 하루 빨리 명예퇴직 하길 꿈꾼다.

이런 불행한 삶을 대물림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아이 책 읽고 생각키우 다.

왜 책을 읽는가, 무엇때문에 읽고 생각해야하는가 자신만의 이유를 찾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누구도 자기자신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꿈을 꾸고 찾는 것이 오롯이 당사자의 몫인 것이다.

같은 이야길 해주며 왜 책을 읽으라고 얘기하는지 한 번 생각해보라고 전날 얘기해뒀지만 아이는 대답하지 못했다.

대체 뭘 하는 거냐고, 왜 정답이 없는 질문에 답을 못하냐며 생각 해보긴 했냐고 다그치자 겁에 질린 것이다.


그렇게 눈물만 흘리던 아이 모습에서 어린시절 나를 보았다.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공부는 다 하고 노는거냐고 넌 커서 대체 뭐가 되려고 그 모양 그 꼴이냐 호통치던 엄마 앞에서 눈물만 뚝뚝 흘리던 내 모습을.

가장 싫었던 상황을 재연해 똑같이 혼내고 있는 순간의 내가 소름 끼치게 싫었다.


순간 말을 멈추고 숨을 길게 고르며 감정을 추스렸다.

"엄마가 미안해.

너를 이런 식으로 혼내고 싶지 않은데 엄마도 엄마가 처음인데다가 이럴 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배워본 적이 없어서 좋은 엄마가 되고 싶고 잘 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쉽지가 않아...

마음 상하게 다그치고 혼내서 미안해 엄마 용서해 줘."

진심을 담은 말에 누그러진 아이가 금새 눈물을 그친다.

"아니에요 엄마 제가 대답 못해서 화가나서 그러실 수 있죠.

제가 잘못한건데요 죄송해요."

나보다 더 어른스러운 대답이 돌아온다.

"그렇게 얘기해줘서 너무너무 고마워.

엄마가 더 좋은 엄마가 되기위해 노력할게.

이렇게 부족한데 선물처럼 엄마 딸로 와줘서 고마워."

아이 얼굴에 미소가 비친다.


부모님에게서 단 한 번도 듣지 못했지만 듣고 싶었던 그 말.

먼저 사과하는 엄마가 될 수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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