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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지기 May 08. 2023

삶이 힘들수록 강해진다

결국 나의 경험치가 될 시련을 환영하며

21년 여름, 살던 집을 전세로 주고 전세를 얻어 이사했다.

출퇴근을 가깝게 하고 싶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당시 상담사님의 "부모로부터 진정한 의미의 독립을 하라"는 조언에 아이를 내 집에서 키워야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이다.

진정한 엄마가 되자며 야심 차게 이사했지만 아이는 부모님 댁에서 지내고 싶어 했고 내 뜻과는 다른 결말을 맺고 말았으나 나의 심리적 독립은 이루어졌다.


작년 1월에 승진했지만 2월에 질병휴직다.

자궁적출수술은 복강경수술을 할 수 있는 크기(12cm 이하)와 근소하게 차이가 나 일단 복강경으로 시도해 보고 안되면 개복하겠다는 설명을 듣고 여러 가지 가능성으로 마음을 비우고 수술실에 들어갔고 다행스럽게 복강경으로 했다.

2007년 어머니께 간기증을 하느라 개복수술 경험이 있어 장기 유착이 심해 고비가 있었지만 다른 수술흉터를 남겨주고 싶지 않았다는 선생님의 배려에 감사드렸다.


수술도 잘 되었고 잘 회복했다고 마음 놓을 즈음에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떨어진 면역력으로 한 달 넘게 앓았으나 체력을 되찾을 틈도 없이 아킬레스건염치료를 위해 병원을 다시 찾았다.

꽤 오랜 시간 말썽이던 아킬레스건염으로 걷는 자세가 바르지 못하니 몸 전체 균형이 깨져서 반대쪽 무릎과 골반 허리까지 통증이 퍼져가는 형국이라 반드시 치료가 필요했다.

mri촬영을 했고, 건염의 염증이 뒤꿈치 뼈로 퍼져서 염증을 긁어내고 아킬레스건 쪽으로 튀어나온 골극을 제거하는 수술이 필요하다기에 동의하고 수술을 했다.

그러니까 4개월도 안 되는 사이에 두 번째 수술이었다.


2주 후 퇴원했으나 회복이 더뎠고 염증으로 피부층이 아물지 않아 재입원하여 45일 동안 4번의 추가수술을 받았다.

퇴원하고 나서도 염증은 쉽게 호전되지 않았으나 수술해 준 의사는 나아가는 과정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

승진임용을 위해 복직은 했으나 미처 회복되지 않아 출근을 할 수 없는 날들의 연속이었고 나는 스트레스로 인해 불면증과 우울증까지 생겼다.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서울대병원을 찾아갔고, mribone-spect 추가촬영으로 골수염진단을 받았다.

뒤꿈치 뼈 감염되어 하루빨리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에 다음날 입원하여 곧바로 수술을 받았다.

그게 23년 2월 1일이었다.

여전히 회복 중이고 아직 체력은 돌아오지 않았다.


건강이 먼저라는 판단에 5월부터 근무시간을 단축해서 시간선택제 근무로 전환했다.

이제 급여가 3/4으로 줄어들 차례.

그러던 중 세입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전세를 연장하고 싶은데 현 시세대로 낮춰달라는 것.

예상액의 두 배를 낮춰달라는 말에 기함하고 그 조건으로는 여유가 없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보냈다.

머지않아 이사준비를 해야 한다.


나에게 일난 일을 "왜 이런 일이 일어났나?" 하는 방식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불행의 쳇바퀴를 돌리는 것 뿐이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 것인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킬레스건염 술후 염증이 골수염이 된 걸 더 늦지 않게 발견하고 처치했으니 얼마나 운이 좋은가.

급여가 줄었지만 건강을 위해 나를 돌볼 시간이 많아졌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아픈 후로 경제적 문제를 겪느라 세입자가 늦게 얘기했다면 대비하기 힘들 뻔했는데 미리 알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가.

없는 것보다 가진 것에 집중하니 감사한 일이 대부분이다.

이 모든 경험이 축적되어 더 나은 내가 되길 바라며.

시련과 맞짱 뜰 체력이 강해져서 더 의연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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