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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지기 May 04. 2023

먹고산다는 것에 관하여

그 숭고하고도 고단한 일을 해내는 그대여, Bravi!

가정의 달 5월은 누군가에게는 기쁘고 누군가에겐 슬프다.

어린이날을 기다리는 아이나 사랑하는 자녀에게 어버이날을 대접받는 부모는 행복하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부모에게 받을 선물을 기대할 수 없는 아이나 효도할 부모가 없는 자녀와 챙겨줄 자녀가 없는 어른에게는 차라리 없었으면 싶을 괴로운 시기이다.


어제는 팀장님께 믿기 힘든 이야길 들었다.

장례식장에 다녀와서 화환과 근조기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퍼뜩 생각난 것이 있어 호기심에 여쭈었는데 들려주신 이야기는 참으로도 슬프고 아름다웠다.

얼마 전 토요일 아침, 콩나물국밥집에 가니 여느 때와 달리 사람들이 북적이고 바로 옆 행정복지센터에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분위기를 보아 장례식과 관련 있을 것 같았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어 궁금증으로만 남겨뒀던 것이 기억난 것이다.


그날 해당 행정복지센터장님의 장례식이 있었단다.

그분은 사회복지사출신으로 약자를 위한 봉사와 상사의 잘못된 지시에 맞서 투쟁하다 느지막이 5급 승진을 했고 내년 6월 상반기 퇴직을 앞두고 올 하반기부터 공로연수 예정이었는데 얼마 전 횡단보도를 건너가다 교통사고가 났다.

구급차를 타고 실려간 병원에 의사로 키운 아들이 그날 당직의사였고 정신없이 응급처치를 했지만 쓰러질 때 머리부터 바닥에 부딪쳐 회복가능성이 없었던 탓에 며칠 만에 뇌사판정을 내렸고 장기기증을 통해 마지막 이웃사랑을 몸소 실천하시고 생전 근무지에 마지막 인사를 하러 오신 걸 내가 본 것이었다.


이야기를 들으며 차오르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의사가 되었지만 정작 응급실에서 만난 내 부모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자기 자신을 자책하며 괴로워했을 아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또 퇴직을 앞두고 이런저런 계획을 세웠을 행정복지센터장님의 사라져 버린 꿈은 어디로 갔을까.

과연 나는 어떠한 생각과 자세로 살아가야 할까.


아픈 몸으로 매일 되풀이되는 출퇴근에 지쳐있었다.

걸음걸이가 온전치 못하다 보니 가는 곳마다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되는데 그런 시선이 부담스러워 더욱 움츠러들고 눈치 보느라 아무리 쉬어도 피곤하다.

시작하며 게을리하지 않겠다 마음먹었던 글쓰기도 자꾸만 핑계를 대고 미루었다.


하지만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감사함을 잊지 말고 오늘의 평안을 기도하며

내게 주어진 지금 여기 이 시간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처음 받은 선물인 듯 기쁘게 풀어내자.

그 누구에게도 받아본 적 없는 지극한 사랑을 가득 담아서.

Brava my life!


* 잘한다는 뜻의 이태리어 Bravo는 남자에게 쓰는 말이다.

여성에게는 Brava, 복수의 여성에게는 Brave, 복수의 남성이나 남녀혼성에게는 Bravi라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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