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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지기 May 02. 2023

오늘의 첫 손님은 접니다.

소중한 나, 대접받아 마땅하다.

어제저녁, 아침으로 샐러드가 먹고 싶다는 딸아이의 주문이 있었다.

아침에 출근하려면 엄마가 바쁘니 할머니가 만들어주겠다고 했지만 꼭 엄마가 만들어준 샐러드가 먹고 싶다는 아이의 부탁에 눈뜨자마자 바쁘게 재료준비를 했다.

사실 부모님도 아침에 생식을 하신다.

봄에는 시골 텃밭에 일이 많으니 간단하게 요기하고 바삐 일을 가셔야 해서 생야채를 썰어서 고구마와 삶은 계란을 드시고 가는 것이다.

딸아이는 콘플레이크를 우유에 말아먹고 간다.

아침에 입맛이 없다면서 한 사발을 먹고 학교에 가면 3교시부터 배가 고프단다.

주말 아침 내가 만들어준 샐러드가 맛있다며 다 먹더니 아침을 그렇게 챙겨주면 콘플레이크 대신 매일 먹을 수 있겠다는 말을 듣고 고무된 엄마는 열일 제치고 아침 일찍 샐러드 만들기에 나섰다.

기쁜 마음으로 만들어준 샐러드 한 접시를 딸아이는 맛있게 먹었다.


사실 나도 아침을 챙겨 먹는 사람은 아니었다.

학창 시절에야 삼시세끼 꼬박꼬박 챙겨주시던 엄마덕에 밥 한번 굶은 적이 없었지만, 일찍 시작한 직장생활에 치이고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아침잠 더 자는 게 간절해져 포기하고 나니 아침 거르는 게 일상이 되었다.

챙겨 먹기 시작한 건 작년, 그러니까 말하자면 아프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지난해 1월, 운이 좋아 심사승진을 하게 되었다.

행운의 여신의 동생은 불운이라던가, 둘은 손을 꼭 잡고 다닌다더니 나도 승진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하루빨리 자궁적출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


아이를 둘이나 출산하고도 심해지는 생리통에 시달리다 병원에 찾아가니 선근증이라고 했다.

자궁이 근육층에 달라붙어 점점 커지는 증상이라고 일단 약으로 조절해 보고 안되면 호르몬조절을 해보자고 했고, 4년 전 미레나 시술을 받았다.

그러고 얼마 안 있어 부서를 옮기며 새로 맡은 업무에 코로나까지 겹쳐 차일피일 미루어두었던 병원 방문으로 증상이 악화되는지 모르고 있었고, 결과는 처참했다.

자궁 다발성 근종과 크기를 키울 대로 키운 선근증으로 가득 차 미레나도 밀어냈고 자궁적출술이 시급하다는 소견서를 써 주셨다.

그렇게 휴직을 결심했고 오랜 기간 고생해 온 아킬레스건염도 치료해 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자궁적출 후 한 달도 안 되어 코로나에 걸렸고, 혓바닥 옆에 구멍이 생길 정도로 면역력이 저하되었다.

왕년의 건강했던 나를 떠올리쾌유할 거라 자신만만했지만 크 아프며 배웠다.

이제 더 이상 나는 그리 젊고 건강하지 않다.

어쩌면 지금 인생의 변곡점에 놓인 것이라고.


건강의 소중함을 크게 느끼지 못하며 관리에 게을렀던 나 자신을 후회하며 잘 대접해 주기로 결심했다.

염증에 알코올은 쥐약이기에 술을 끊었고 가공하지 않은 건강식을 챙겨 먹기 시작했다.

샐러드로 먹을 야채와 과일을 신중하게 골랐고 소스를 만들기 위해 요거트를 만들었으며 섞어 먹을 유자청과 딸기청을 만들었다.

단백질 섭취를 위해 란을 고 닭가슴살을 썰어낸다.

좋아진 피검사결과와 밝아진 혈색, 깨끗해진 혀가 건강해졌음을 증명했다.

그러면서 내가 점점 더 소중해졌다.

소중한 나를 내가 대접해주고 싶었다.

나에게 잘 대접받은 사람은 다른 사람을 잘 대접할 수 있고 잘 대접받을 수도 있다.

자기애가 과한가?

넘치는 자기애가 주변으로 퍼져나간다.

사랑받아 본 사람이 제대로 사랑할 줄 아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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