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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지기 Apr 28. 2023

꼰대들의 천국

뇌와 혀는 집에 두고 출근해야 한다

우리 회사는 유독 꼰대가 많다.

폐쇄적인 조직문화와 상명하복의 계급체계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그런 이유로 서슴없이 처음 만난 후배에게 선을 넘나들며 반말과 막말을 해댄다.

친해지고 싶은 건가 여기기엔 폭주하는 대포차처럼 위험하기 이를 데 없는 내용들이라 듣는 입장에선 당황스럽다.


이른 나이에 입직해서 승진을 빨리 하면 기이한 형태의 꼰대가 새롭게 탄생한다.

그들은 신생아 꼰대가 되는데 이때부터는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이 없어진다.

삼시 세끼 밥도 혼자 못 먹고 담배도 혼자 피우지 못하며 스크린골프장도 혼자서는 갈 수 없어서 수행직원이 따라붙어야 한다.

혼자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상상하지 말자.

정신건강에 해롭다.


꼰대들의 특징은 본인이 꼰대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다.

눈치도 없지만 TPO 역시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자식뻘 후배에게도 "밥 사"라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타인에게 일어난 경사는 모두 좋은 기회다.

행여 로또 5천 원권이라도 당첨되었다는 말을 꺼냈다간 당첨금의 열 배 이상의 지출은 각오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던데 꼰대들의 지갑은 단체로 실종되어 수배령을 내려야 할 지경이다.


그런 고로 자연스레 말을 아끼게 된다.

출근 전 진한 커피를 마시며 머릿속 뇌와 혀를 마비시킨다.

오늘 하루도 잘 버텨보자.

정년퇴직을 최고로 아는 꼰대들의 천국에서 그들보다 빠른 명퇴를 위한 하루를 더 채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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