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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지기 May 23. 2023

디어;마이셀프

심리상담은 처음입니다만

첫 상담 후 혼란과 자아성찰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나한테 죽음과 관련된 깊은 우울이 있었다니..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그렇지만 상담선생님께서 상담일정을 잡기 전 하신 말씀이 잊히지 않았다.

[지금까지 겪으신 일이 큰 일들이기도 하지만 그와 관련된 공통점이 죽음이에요. 아픈 어머니가 돌아가실까 봐 걱정했던 어린 시절, 임신중절수술 이후 자살시도, 둘째를 죽었다고 생각하며 떠나보낸 것 등 일련의 사건들이 대부분 죽음과 맞닿아있다고 보이거든요. 아마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죽음과 관련된 깊은 우울이 내재되어 있을 수 있는데, 지금까지 잘 이겨내 오셨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 이번 기회에 한 번 짚고 넘어가 보는 건 어떨까요?]

왜 나는 나 자신의 깊은 우울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언젠가 내가 겪은 일을 "어찌하여 나에게만 운명이 이리도 가혹한가?"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 시절 나는, 청소년기에 제대로 겪어내지 못한 마음의 사춘기를 앓던 중이었으니까.

나한테만 유독 모진 인생인 듯 서러움이 밀려들 때 불현듯 '나만 유독 힘들 리가 없잖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을 사는 누구라도 고난과 역경은 경험하며 살아간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다.

겉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아프지 않고 힘들지 않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나를 다독였다.

이까짓 일로 나를 죽게 할 수는 없다고, 그렇게 버티며 살아온 내가 오늘 지금 여기 있는 것이다.


내가 겪은 모든 일이 나를 강하게 만드는 자양분이 될 뿐이라는 것을 깨달은 건 그 이후이다.

결국 그 생각이 나를 살게 만들었지만 마음이 병들게 되는 결과를 얻게 된 것이다.

나는 타인에게 내가 겪은 모든 서사를 서슴없이 말로 쏟아내며 살아남았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고, 진실은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드러나게 되어 있게 마련이었으니까.

게다가 나를 아는,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이 내 이야기를 타인에게 전해 듣는 게 싫다는 것도 한몫했다.


하지만 가장 힘들었던 것 역시 내 입으로 이혼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부모님도 워낙 완강하게 반대하셨고 어린아이 둘을 따로 키워야 한다는 것 또한 부담이었으므로.

이미 알고 있을게 뻔한 이혼 고백은 외향적인 나에게도 숨 막힐 듯한 도전이었다.


처음 이혼을 이야기했을 때 반응은 지금 떠올려도 가슴 아린 기억이 가득하다.

그 감정은.. 격식 있는 자리에서 혼자 수영복을 입고 있는 기분이랄까?

눈빛으로도 모욕감을 느껴지게 만들던 시선들과 조언을 가장한 폭력적 언어들이 가슴에 꽂혔다.

"도대체 왜? 딸 둘을 따로 키우겠다고? 다들 그냥 참고 그렇게 살아~ 뭐 그렇게 유별나게 이혼까지 해?"


다들 그렇게 살면 그게 옳은 방식인 건가? 나는 내 인생을 내 식으로 살면 안 되나? 그럼 그게 유별난 건가?

나조차도 나에 대한 확신이 없어질 정도로 상처가 된 말들은 내 마음에 난 상처에 뿌려지는 소금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이 생각했던 건 행복하지 않은 부모 아래 행복한 아이가 자랄 수 없다는 신념이었다.


이혼을 결심하게 된 셀 수 없는 이유가 있지만 이혼을 후회한 순간은 지금껏 단 한 번도(앞으로도) 없다.

이혼 후에 나의 정체성을 되찾고 웃음과 밝은 에너지를 되찾았다.

그래서 뭐, 결국 실패한 결혼에 대한 자기 합리화 아니냐고?


놉. 나는 결혼과 이혼을 경험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에 나는 더 나은 내가 되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안다.

또한 내 운명을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되었기에.


Amor Fati, Memento Mori.




뱀발. 언제 나의 운명을 받아들였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물으신다면,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순간순간을 열심히 찾아보다가 결국 "그 어떤 순간으로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라는 결론을 내렸던 2015년의 어느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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