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고 혼자 있으면 외롭지 않아?
둘이 살면서 외로워 본 적 없으면 말을 말자.
이혼사실을 알리고 나면 듣게 되는 가장 흔한 질문이다.
"아니, 전혀 외롭지 않아요"
인간은 본디 외로운 존재라고 생각한다.
짧은 기간 결혼생활 중 느껴야만 했던 처절한 외로움을 겪어본 경험으로 인해.
임신 당시 나는 무한도전과 개그콘서트 시청에 집착했다.
애주가였지만 술을 끊어야 했고 다른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개그콘서트를 보다가 너무 웃은 탓에 눈물까지 흘리며 숨 넘어가게 재미있게 시청 중인 나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심각한 표정으로 묻는다
"저게 재밌어??"
"정말 재밌지. 근데 왜?"
"하나도 재미없는데 뭐가 그리 재밌나 신기해서"
평생에 그가 가져본 적 없는 공감능력에 한탄하며 그 후 개그프로는 친정에서만 봤다.
당시 내가 느껴야 했던 어이없음과 수치심은...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다.
심장에서 차가운 피를 뿜어내는 기분이랄까?
외롭냐고 묻는 그들에게 오히려 궁금하다.
결혼생활을 잘 유지하고 있는 그들은 나에게 무슨 대답을 바라는 건지.
외로워 죽겠다는 답변을 듣고 '그래도 같이 사는 사람이 있는 내가 낫네'라는 상대적 위안이 필요한 건가.
아니면 외롭지 않다는 말이 믿기지 않아 배가 아픈 건가.
"그럼 혼자 있을 때 뭐 해?"
"책 읽어요."
어쩌다 드러낸 취미생활에 의외라는 시선이 따라붙는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주로 책을 읽는다.
책 읽는 시간을 더 많이 갖고 싶어 있던 TV도 처분해 버렸다.
아이가 부모님 댁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집에선 거의 혼자 지낸다.
그리고 그 혼자인 시간의 대부분은, 책을 읽으며 보낸다.
책을 읽는 것은,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자양분이 된다.
어떤 책이든 읽고 소화하는 건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인생에 정답이 없듯이 같은 책을 읽어도 해석은 읽는 사람의 경험치와 이해의 폭에 따라 달라진다.
독서모임을 하면서 만났던 다양한 직업군과 나이에 따라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구나'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실 담백하게 얘기했지만 이혼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결혼보다 더 강력한 가족의 반대와 주변인들의 반대를 이겨내야 했다.
'네가 뭐 그리 잘났다고 이혼을 하냐, 다들 그러고 산다'
어쩌면 하나같이 똑같은 말로 이혼을 말렸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신기하다.
다들 그렇게 산다고 내가 그렇게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던 나는 이혼을 감행했다.
나 자신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않았던 나는 아이를 행복하게 잘 키울 자신이 없었으므로.
몇 친구의 지지만으로 그 시절을 버텨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때 읽었던 모든 책들이 큰 위로가 되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많은 책을 읽었고 그 시간들이 나를 키우고 단단하게 만들었다.
책은 내게 가족이자 친구이며 좋은 선생님이 되어주었다.
어쩌면 나는 외롭지 않은 게 아니라 외로울 때마다 책을 펼쳐 들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