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함을 찾아 헤매다, 결국 자전거로 돌아오다

맞서 싸우던 나에서 이젠 즐기는 나로 바뀌기까지

by Tord

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처음엔 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세상이 나를 얕보지 않게, 누가 덤벼도 밀리지 않게, 어디서든 두려움 없이 서고 싶었다.

그때 내 머릿속에 강하다는 건 ‘싸울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시작한 게 MMA였다.
하지만 너무 무질서했다. 한 달 만에 관뒀다.

곧바로 복싱으로 옮겼고, 9개월 동안 정말 열심히 했다.
점점 몸이 바뀌었고, 내가 세상에 맞설 수 있을 것 같았다.

더 강해지고 싶었다.
그래서 레슬링을 병행했다. 그러다 어깨를 다쳤다.
복싱도 힘들어졌고, 결국 둘 다 그만두게 됐다.

미련을 놓지 못하고 주짓수 체육관을 기웃거렸다.
하지만 곧 타협했다.
‘지금 부상이 있잖아. 그냥 좀 쉬자.’


생존이라는 이름의 판타지


몸이 망가지자, 나는 방향을 틀었다. ‘몸이 아니라 도구로 살아남자.’
그때부터 칼을 사 모으기 시작했고, 사냥용 활을 해외직구로 주문했다. 실제로 강습도 받으러 다녔다. 수렵면허도 준비해서 오래지 않아 합격했다. 시작이었다.
곧 시선은 산으로 향했다. 산에 들어가서 땅을 파고, 기지를 만들었다. 불도 피우고, 간단한 생존 체험도 했다. 아들과 함께 몇 번 숙식도 했고, 그 시간만큼은 정말 자유로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곳을 이용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장소에도 점점 규제가 생겼고, 더는 마음 편히 있을 수 없었다.
나는 철수했다. 그리고 느꼈다. 결국 나도 사회 안에서 지속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는 걸.


자전거가 다시 떠올랐다


다시 갈 곳이 없어졌다. 그 순간, 문득 떠오른 게 있었다.
MTB.

한때 그렇게 좋아했었는데, 왜 놓고 있었을까. 몸도 허락했고, 돈도 거의 들지 않았다. 게다가 이번엔 새롭게 해보고 싶었다.
‘MTB 파크를 만들어보자.’

생존 캠핑은 사용할 때마다 철거해야 했고, 언젠가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야 했다. 그런데 MTB 파크는 달랐다.
산에다 집 짓던 것에 비하면, 이건 정말 너무 쉬웠다. 죽기 살기로 고생해야 겨우 결과가 나왔던 집 짓기와는 달리, 여긴 흙을 조금만 다듬어도 길이 생기고, 점프대가 만들어졌다.

삽으로 흙을 파고, 나무를 깎고, 내 코스를 만들었다. 그건 진짜 나만의 공간이었다.
비가 와도, 누가 와도, 내가 만든 건 그 자리에 있었다.

그게 뿌듯했다. 그걸 쓰기 위해 더 열심히 자전거를 탔다. 그리고 문득, 이렇게 생각했다.
“아, 역시 내 취미는 이거였구나.”


실력은 변하지 않고, 나를 기다려준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찾던 건 ‘강함’이 아니었다.
지속 가능성, 남는 무언가, 그리고 그것들이 주는 편안함이었다.

예전에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했었다. 지금은 다시 일반인이다.

피아노를 10년 쳤다. 지금은 일반인이다.

철인 3종도 했었다. 지금은 일반인이다.


최근엔 턱걸이를 20개까지 했다. 스스로도 놀랐지만, 2개월 쉬었더니 5개밖에 안 됐다. 어이가 없었다.
‘아니, 이렇게 쉽게, 빠르게 초기화가 된다고?’

그런데 MTB는 아니었다. 몇 달, 아니 몇 년을 쉬어도 여전히 잘 탈 수 있다. 초기화되지 않는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마지막으로 자전거를 타고, 성인이 돼서 처음 다시 탔을 때, 두 손 놓고 곧장 탈 수 있었다. 방법을 알기 때문이다.
마치 1+1=2라는 걸 한 번 깨우치면, 그걸 다시 공부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MTB에는 ‘진리’가 있다. 그 진리에 도달하면, 그걸 다시 잊을 수 없다.
기술 위주의 스포츠이고, 한 번 터득한 기술은 몸이 기억한다. (내가 타는 건 다운힐이다. 심폐지구력은 크게 필요 없다. 기술이 전부다.)
그리고 그 기술은 배신하지 않는다.


지속 가능한 강함


매번 같은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된다.
언제든 다시 타면 예전 실력이 금방 돌아온다. 배신이 없다.

부상도 없었다. 산악자전거는 위험해 보이지만, 결국 나 자신과 경쟁하는 스포츠다. 나만 잘하면 된다.

돈도 들지 않는다. 격투기를 계속하려면 학원비를 평생 내야 한다.
하지만 MTB는? 산은 공짜고, 들판도 공짜다.

마음 놓고 쉬어도 부담 없고, 안전하며,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없다.
여러모로 지속 가능한 취미였다.


대립하지 않는 취미


파크는 늘 나를 기다려줬다. 처음엔 누가 파헤치진 않을까, 뭔가 훔쳐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몇 개월 뒤 다시 가봐도 그대로였다. 어김없이, 한결같은 모습으로. 생존 캠핑할 땐, 줄 하나만 놔두고 와도 사라졌다. 하지만 파크에선 삽과 곡괭이를 놓고 가도 아무도 손대지 않았다. 사람들이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그게 너무 좋았다.

다른 사람들과 대립하지 않는 취미.
사회가 '그래, 너 그렇게 해도 돼'라고 허락해 주는 취미.

나는 늘 "남들이 뭐래도 난 해야겠다"는 성격이지만, 편한 게 나쁠 건 없었다.

정말 편안했다.


돌아오고 나서


내가 그렇게 찾아 헤맸던 강함은 결국 한 바퀴 돌아 내가 원래 좋아하던 것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이제, 싸우지 않는다. 숨지 않는다.

그냥 흙을 파고, 자전거를 탄다.

그게 내가 만든 방식의 강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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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 예고

다음 편에서는 ‘이불 개기’로 시작된 집 안 전체 리디자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청소 하나가 어떻게 집을, 가족을, 그리고 나를 바꿨는지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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