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마이 첫사랑

그때의 내가 그리울 때,

by 김하늬

내 마음속 한 자리를 차지하는 그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


안녕. 잘 지내? 한 번쯤은 너한테 편지를 써보고 싶었는데 벌써 10년은 훌쩍 지났네.

생각해보면 내 친구와 너를 이어주려고 너를 유심히 관찰하다가 나도 모르게 너한테 빠져들고, 늘 너에게 집중해 있는 나를 보며 흥미를 가졌던 네가 용기 내서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었지. 아마 내가 너를 엄청 좋아했다고 생각했을 텐데. 사실 난 친구에게 너의 일과를 넘기면서 우정을 돈독하게 쌓아가고 있었거든.

그런데 네가 영화 보러 가자는데 쉽게 거절할 수 없었고, 친구에게 울면서 이야기했어.

나 미친 거 같은데 걔가 나보고 영화 보러 가자고 하는데 거절할 수가 없어. 근데 네가 싫다면 안 보러 갈게.(엉엉엉)

그러자 친구가 너무 쿨하게, "걔 이제 네 거야. 너 해~"라고 이야기하자마자 둘이서 부둥켜안고 울고 웃고 난리였지. 그렇게 친구와의 우정도 지켜내고 너와의 사랑도 시작이 되었지.


아직도 기억나. 학원 앞에 나를 데리러 나온 너 그리고 그 날의 트로이.

그 누구보다 과묵했던 너였지만 나한테 만큼은 애교만점 남자 친구였어. 그때 나는 정말 다른 계산 없이 너란 사람이 좋았어. 네가 키가 커서, 옷을 잘 입어서, 똑똑해서 뭐 그런 이유가 아니라 그냥 너라서 좋았지.


풋사랑이면서 첫사랑이었기 때문에 내가 했던 그 어떤 사랑보다 가장 순수했었지.

아주대학교 수시를 함께 보러 갔던 날, "둘 중 하나만 붙으면 어떡하지?"란 나의 질문에 "그럼 둘 다 면접 보지 말자~"라고 했던 너의 대답이 지금은 너무나 어이없지만 그땐 무슨 영화 속 주인공처럼 참 행복한 시간이었어.

물론 대학 입학에서 둘 다 원하는 성과를 이루지 못해 1년을 생이별했던 시간도 있었지만 그 나름의 시간도 행복했어. 깜깜한 밤마다 나한테 전화를 하는 네가 다시 기숙사를 들어가다가 앞니가 깨지고, 휴가 때 앞니가 없이 환하게 웃으면서 오는 너를 보면서도 참 잘 생긴 내 남자 친구라고 생각했지.


그런 너랑 내가 헤어질 거라고 생각을 했을까. 서로 죽고 못살았던 우리가 어느 순간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허무하게 이별하게 되었지. 돌이켜보면 내가 정말 냉정했어. 서울에서 비행기를 타고 내려와서 나를 잡던 너를 세차게 뿌리치고 그 누구보다 냉정하게 뒤돌아섰던 나. 그 누구보다 강했던 너, 흡연에 트라우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흡연하게 되었다는 너, 그 이야기에 다시 마음이 약해졌고 너를 붙잡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었지.

내가 다시 붙잡을 때 너는 그 누구보다 냉정했지. 그렇게 우리는 멀어져 갔고, 우리가 함께였던 시절은 추억만으로 남게 되었지.


시간이 지날수록 너랑 나빴던 기억보다 좋았던 기억만 남게 되고, 너한테 집착하는 나를 보면서 굉장히 괴로워했던 날이 수두룩해.

그런데 차분하게 생각해보면 네가 그립기도 했지만 그 시절 내가 너무 그리웠던 것 같아.

어떤 조건 없이 그냥 사랑만 했던 나의 모습이.


인연이 아니어서 다시 만날 수 없었다고 생각해. 그리고 다시 안 만나서 다행이고. 덕분에 나는 내가 만들어 낸 첫사랑의 추억을 언제든 곱씹을 수 있게 되었거든. 나는 낭만주의자라 내 삶에서 사랑은 큰 지분을 차지하거든. 사랑에 힘들어할 때 언제든 너를 내 마음대로 소환해서 그 사랑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

모든 희로애락을 함께했었고, 어떠한 계산 없이 순수하게 사랑했던 그 시절을 함께 보내줘서 고마워. 나를 정말 힘들게도 했지만 그 누구보다 행복하게 해 준 적도 많으니까.


그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너도 가끔은 나를 생각해주면 좋겠다. 안녕. 내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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