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만큼 시작이 거창하고 끝이 허무한 일이 없다. '사랑을 했다'의 기억 중 시작과 관련된 기억이 절반이 넘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억을 왜곡하면서 산다. 내가 기억하는 것들이 100% 사실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기억들은 내가 기억하고 싶은 대로 저장되어 있다. 종종 상대방과 같은 상황을 경험했지만 서로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 고백의 순간, 고백을 한 사람과 고백을 받은 사람의 기억이 다르듯이.
기본적으로 낭만주의자인 나는 그 누구보다 거창하게 연애를 시작했다. 어떤 말이나 행동에 의미부여를 잘하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설사 상대방이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한 행동이 아니라도 호감으로 끌고 갈 수 있었다. 그렇게 상대도 자연스럽게 호감으로 착각하게 만들고 거창한 러브스토리를 만들어 낸다.
주변 지인들도 '요즘 둘이 잘 지내?'라는 질문보다 '어떻게 사랑에 빠졌냐', '둘이 어떻게 만났냐'를 궁금해한다. 모든 일이 그렇듯 사랑도 과정보다 시작점이 절반이다.
시작이 가장 화려하기 때문에 그 부분의 기억이 가장 왜곡된다. 둘의 사이가 좋을 때는 그 누구보다 아름답게 포장되고, 갈등 상황에서는 그 기억들이 파편으로만 남는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지난 다음 다시 아름다운 시작으로 기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