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밍 덕분에, 타이밍 때문에.
모든 건 타이밍이다. 두 사람이 눈빛을 교환하고, 마음을 확인하고, 썸을 타고, 정식으로 사귀고, 결혼을 하고 모든 것이 타이밍이다.
<응답하라 1988> 열혈 시청자였다. 대부분 사람들이 어남류를 외쳐댔지만 여주인공은 택이를 선택한다. 드라마 마지막 부분에 류준열의 독백이 인상적이었다.
만일 오늘 그 망할 신호등에 한 번도 걸리지 않았다면, 그 빌어먹을 빨간 신호등이 날 한 번이라도 도와줬더라면, 난 지금 운명처럼 그녀 앞에 서있을지 모른다. 내 첫사랑은 그 거지 같은, 그 거지 같은 타이밍에 발목 잡혔다. 그 빌어먹을 타이밍에
내 인생에도 수많은 타이밍이 있었다. 용감하게 수시면접을 보지 않았던 타이밍, 늘 매달리던 내가 매몰차게 뒤돌아섰던 타이밍, 하루만 더 일찍 연락했었다면 하지 않았을 너의 소개팅도, 타이밍의 순간을 맞추지 못해 인연이 되지 못했던 적이 많았다.
수많은 시간들이 조각처럼 모여서 딱 그 순간만을 위해 터지는 현상. 어떻게 보면 타이밍이란 건 순전히 운이라기보다 수많은 간절함에 대한 결과 같다. 시작 타이밍이 설렘의 폭발이라면 끝에 대한 타이밍은 복합적 산물이다. 누군가에겐 서운함으로, 다른 누군가는 분노가, 또 다른 누군가는 후련함의 폭발이다.
타이밍이었다. 타이밍. 타이밍 때문이다.
현재에 만족한다면 그 시절 타이밍 덕분이 된다. 불만족스러운 현실을 마주하면 그 시절 타이밍 때문이 된다. 타이밍을 마주하는 것도 한 끗 차이이다. 한 끗 차이로 행복과 불행을 나눈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나 단순해서 쉽게 행복하고 쉽게 불행한지도 모른다.
그 시절의 타이밍을 탓하지 않기로 한다. 사실 타이밍은 타이밍일 뿐이다. 타이밍 덕분이든 타이밍 때문이든 널 만난 건 내 간절함의 합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