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거리가 필요해

by 김하늬

어떤 사람이 있다. 아주 상냥하고 친절하다. 늘 웃는 표정이다. 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 재밌다.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에 어떤 리액션이 가능하다. 함께 있으면 에너지가 충전되는 그런 사람이다.


또 어떤 사람이 있다. 웬만하면 말을 하지 않는다. 표정에서 감정을 읽을 수 없다. 살아있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 두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면?


내 안에는 여러 명의 내가 살고 있다. 평소 나는 굉장히 쾌활하고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다. 반면에 아주 우울하고 쌀쌀맞은 나도 살고 있다. 누군가에게 천사가 되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 악마가 되기도 한다.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 에너지를 나눠주고 싶다. 내가 가진 부정적 에너지를 굳이 나눠주고 싶지 않고 공유하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현실은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부정적 에너지를 쏟는다. 약간의 거리감을 둔 사람들에겐 긍정적 에너지를,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부정적 에너지를 공유한다.

그렇게 깨달았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심리적 거리가 필요했다. 인간은 아이든 어른이든 제 멋대로 살고 싶은 욕구가 늘 내재되어 있다. 그럼에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자칫 제 멋대로 살기 시작하면 소외되기 쉽다. 소외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다 보니 본연의 내가 나오는 순간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 쉽다. 의도하지 않은 상처는 갈등을 빚어내고 관계가 악화된다.


어떤 날은 천사 같은 내가, 어떤 날은 악마 같은 내가 나온다. 무조건 천사같이 살자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다만 악마의 모습을 한 내가 나오는 날 분명하게 심리적 거리를 지켜줄 것. 너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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