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오랫동안 대화하고 싶어서
나는 자기 전 온 집안의 바닥을 싹 치우고 잔다. 술을 마시고 온 날에도 바닥은 싹 치우고 잔다. 바닥이 깨끗하면 집 전체가 깨끗한 느낌이 들어서 좋다.
이사를 오면서 아이들은 각자 방이 생겼다. 방이 생긴 이후로 웬만하면 자기 방은 스스로 치우게 두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실 더러운 꼴을 못 보기 때문에 아이들이 스스로 치우기 전에 내가 먼저 치우곤 했다. 그래서 더러운 상태를 가만히 두는 것을 노력해야 했다. 매일 자기 전 아이 방을 보면서 한숨을 짓는다. '이렇게 더러워도 전혀 거슬리지 않구나. 부럽다 정말!'
참다못한 날은 아이방바닥만은 치워준다. 머리카락부터 온갖 과자 찌꺼기들이 바닥 이곳저곳에 흩어져있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옷이나 책, 가방을 책상 위로 싹 올린 뒤 바닥을 닦는다. 오늘도 아이의 책상은 문제집과 슬라임, 각종 문구류로 정신없이 쌓여있다.
아이와 약속을 했다. 매일 청소하라고 말하는 나도, 잔소리를 듣는 아이도 서로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매주 1번만이라도 책상을 치우기로 했다. 일주일 중 한 번, 일요일 저녁엔 아이의 책상이 깨끗하다. 금요일 저녁인 지금 아이의 책상은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온갖 물건이 쌓여있지만 잔소리를 할 수 없다. 오늘은 일요일 저녁이 아니기 때문이다.
잔소리가 목 앞에서 막혀버렸다. 당장 책상을 치우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잔소리를 하는 순간 나는 약속을 어긴 사람이 된다. 내가 한 말의 무게를 위해 잔소리를 삼킨다.
아이가 자라날수록 잔소리의 양을 줄이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잔소리를 줄일수록 아이의 목소리를 오랫동안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른의 말이 길어질수록 대화는 중단된다. 아이랑 길게 대화하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잔소리를 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