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방치하고 살았던 결과물
겨울이라 그런지, 내 몸이 안 좋아서 그런지 몸에서 한기가 느껴진다. 특히 손발이 차갑다 못해 시리다는 게 어떤 말인지 이해가 된다. 심지어 부츠를 신고 나갔는데 발이 얼어서 감각이 느껴지지 않을 때, 잠깐 외출했을 뿐인데 손이 얼음장 같을 때 괜히 서글퍼진다.
두 아이를 출산하고 한 끼도 제대로 차려먹지 못한 날이 많았다. 아이들 챙기다 보면 먹는 것조차 귀찮아진다. 커피 한잔과 빵 몇 조각으로 하루를 보낸 날도 많다. 그런 날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내 몸이 안 좋아지고 있는 게 티가 나기 시작했다. 크게 아프진 않지만 이렇게 손발이 시리다든가 차가운 음료를 잘 못 마신다든가.
아이와 남편을 챙기다 보면 늘 나는 뒷전이었다.
나는 못 먹는 유산균, 아이들은 꼬박 챙겨 먹였다.
나는 못 먹는 비타민, 남편은 회사 가기 전 챙겨줬다.
마지막으로 내 차례가 왔을 땐 먹는 것도 귀찮고 돈도 없었다. 아이들과 남편은 좋은 성분이 들어간 게 우선순위였지만 내 건 가성비가 우선이었다.
우연히 인바디를 했는데 인바디에 찍힌 내 몸상태를 보고 정말 서글퍼졌다. 무기질 부족, 단백질 부족, 근육 부족.. 다 부족이었다. 유일하게 높은 건 체지방뿐이었다. 늘 뒷전이던 내 몸 성적표를 받는 순간 서글프다 못해 화가 났다. 내가 이렇게 나를 방치했던 건가.
조금 이기적으로 살기로 했다. 성장기인 아이들도 중요하지만 언젠간 찾아올 갱년기를 맞이하는 나도 중요했다. 10년을 돌고 돌아 드디어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은 관성의 동물이 맞다. 안 쓰던 돈은 왠지 사치하는 느낌이 들었다. 나를 위해 영양제를 챙겨 먹는 것, 몇 년간 방치했던 내 머리카락에 볼륨을 주는 것, 세일하는 옷이 아닌 정말 마음에 드는 옷을 사는 것. 이 모든 것들은 결혼 후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제대로 써보지 못했던 영역이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그동안 안 썼던 돈을 갑자기 쓰려니 손이 떨렸다.
10년을 지나고 느낀 건 뭐든지 갑자기 중단하지 말 것.
그냥 가랑비에 옷 젖듯이 조금은 나를 위해 살아왔다면 영양제 하나 사는데 몇 날 며칠을 고민했을까 싶다. 지금 육아를 시작한 엄마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가끔은 나를 위해 돈을 쓰라고.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려버리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가 너무 힘들다. 혹은 갑자기 터져버려서 큰 사치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꼭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야 할 것처럼.
나를 위해 영양제를 챙겨 먹고, 나를 위해 운동을 하고, 나를 위해 팩을 하며 살기로 한다. 서서히 아파오는 무릎에 마음 아파하지 않기 위해, 조금씩 쳐져가는 내 피부를 보고 서글퍼하지 않기 위해 나부터 나를 챙겨주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