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하늬 Jan 25. 2021

마돈나가 되고 싶어

마지막에 돈 내고 나가는 사람

 돈돈돈 거리면 돈이 도망간대요.


 어릴 때부터 익히 들어온 말이다. 돈이란 주제를 거침없이 꺼내는 게 우리나라 정서상 맞지 않아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신기했다. 뭐든 좋아하면 끝까지 할 수 있고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돈만큼은 예외였다. 돈은 티 내서 좋아해선 안됐고 티 나게 얼마를 벌겠다고 목표를 잡으면 안 됐다. 왜? 돈이 도망가니까.


 신기하게도 진짜 돈돈돈 거릴수록 돈이 멀어져 간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필요 이상으로 돈을 간절히 원했던 적엔 이상하게 돈과 멀어졌다. 헤어진 연인에게 집착하면 집착할수록 떠나가는 것처럼 돈 역시 집착할수록 떠나가곤 했다. 그렇게 모든 걸 자포자기하면 신기하게 또 돈이 들어왔다.


 돈은 소유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둬야 하는 것이 돈이었다. 소유하려고 하는 순간 바로 도망갔다. 돈을 올바르게 사용하기만 하면 잠시 왔다가 다시 또 떠나고, 다시 또 돌아오곤 했다. 뭐든지 고이는 순간 썩게 된다. 물뿐만 그런 것이 아니라 돈 역시 움직이지 못하는 순간 그 가치가 상실된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진 통장잔고가 넉넉해본 적이 없다. 늘 간당간당했다. 빚조차 꽉 차서 융통할 돈이 없을 때, 이 돈을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면서 꼭 써야 하는 곳에 지출을 하면 신기하게 다시 돈이 생겼다.

 늘 방법은 존재했다. 그러니 꼭 써야 하는 지출은 결국 쓰게 되고, 써야 했다. 특히 교육비가 그랬다. 당장 쓰고 없어지는 돈이 아니었다. 배움의 끝은 결국 나의 성장이었고, 나의 성장은 타인에게 신뢰를 불러일으켰다. 돈은 곧 신뢰이기 때문에 내 신뢰도가 늘어날수록 돈은 계속 내 주위를 맴맴 맴돌게 된다.


 어쩌면 늘 간당간당했던 내 잔고가 나를 움직였을지도 모른다. 부족함 없이 쓰는 편이었지만(그래서 늘 간당했던 건가) 더 쓰고 싶었다. 하긴 더 써야 하는 지출이 생기고 있다. 이젠 아이들 교육비까지 추가해야 할 때가 왔다. 그리고 마돈나가 되고 싶다. 마지막에 돈 내고 나가는 사람. 마지막에 계산할 때 서로 눈치 보지 않고 쿨하게 사주는 사람이 늘 되고 싶었다.

 

 돈과 친해지기 위해서 나는 돈돈돈 거리지 않기로 했다. 대신 내가 신뢰 로운 사람이 되기로 했다. 돈은 신용이라 내 신용의 크기에 따라 돈의 크기가 늘어난다. 그걸 이제야 알아차렸다. 여태껏 간당간당했던 내 계좌는 돈 자체에만 에너지를 집중했기 때문에 벌어진 참사였다.


 오늘도 글을 쓰고 강의계획서를 수정한다. 그리고 좋은 제품을 열심히 공부하고 알린다. 그렇게 내 신용도는 조금씩 가랑비에 옷 젖듯이 올라가고 있다. 그렇게 나는 점점 부자가 되어가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돈의 그릇은 어느 정도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