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 모시러 가는 길

안양천-갈산-목동 신시가지

by 써니톰


문래도서관 5층에서 신문 좀 보려니

주말이라 너무 아이들이 시끄럽다

<공간마루>라는 이름으로 공개된 토론

장소라지만 신문, 잡지가 있는데?


4층 일반열람실로 갔더니 신문 페이지

제치는 소리로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불만(complain)이 들어온다

갈 데가 없다. 결국 좀 있다 나왔다


안양천을 걷다. 탁 트인 공간에서 나만의

자유를 만끽한다

어느 부부는 지는 금국화, 코스모스에서

씨앗을 채취한다

많은 곳에 뿌려져 종족번식이 잘되길 바란다


구로 쪽 천변 상류로 걷다 보면 고척돔이 보인다

돌다리를 가로지른다

졸졸 흐르는 물줄기가 소리 지르며 오늘따라

활기차다. 한참을 쳐다보니 시름을 잠시나마

잊고 머리를 씻어 개운하게 해 준다


둑으로 나오니 동양미래대학(전, 동양공전)이다

정문을 들어서니 학생들이 많다

기능사 시험이 있었나 하여 자세히 보니

전부 외국인이다

3 남자가 있기에 물어보니 네팔인이다

외국인 시험(?)인가. 뭐라고 하는데

잘 듣지 못하다. 발음이 서툴다

근로자 체류연장인지, 외국인 수시입학 인지

잘 모르겠다


이 학교는 효성그룹 창업주 조홍제가 설립한

동양학원으로 효성, 동양나이론이 계열사였다

학교가운데 설립자 동상이 있고,

공업전문학교로 시작되었다

'몸에 지닌 작은 기술이 천만금의 재산보다 더 귀하다(積財千萬不如薄技在身)'의 교시를

갖고 있다

그래, 사무직에 있더라도 기술자격증 하나 있으면

좋겠다. 친구 하나는 서울대 나와 일반 직장

퇴직 후 <전기기능사> 자격증 따 노후에도 일하며

활기차게 살고 있다


학교를 지나 후문이 있어 가니 주말이라 잠겨있다

다시 내려와 정문을 통해 갈산으로 들어선다

옛날에 고척동에 살아서 구로구로 알았는데

갈산부터 양천구이다


메세퀘타이어 길이 멋지다

정상에 가니 팔각정, 대삼각본점이 있다

삼각점은 토지측량 시 기준이 되는 지점이다

포병장교 시 잠깐 측지장교로 근무하여

기간병들과 함께 임진강 너머 장단반도에

측지실습을 간 적이 있다. 포 사격장으로 불발탄이

많이 있었을 텐데. 군대이니까 가능하지 않았나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다


북쪽 양천구청역으로 내려온다

갈산초등학교 돌아보니 프로야구에 입단한

선배들 축하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부디 경쟁이 심한 프로에서 성공하는 선수가

되길 기원해 본다


운동이든 예술이든 성공확률은 높지 않다

선천적인 소질과 부단한 노력을 요구한다

특히 운동선수들은 기본적으로 공부를

해야 한다. 그래야 또 다른 길도 모색할 수 있다


all-in 하다가 그 길을 벗어나면 나락으로 빠지는

사람을 많이 보았다

누구나 인생길에서 하나 말고 2, 3의

대안(alternative)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


하여튼 오늘은 장인, 장모님 제삿날이다

오랜만에 큰 사위 노릇하려고 처남집에 왔다

목동 신시가지 13단지이다

모여 저녁에 제사 지내고 식사하고 서로 흩어진다

바삐 들 사니 어쩔 수 없다지만

좀 많이 아쉽다


어린 시절 제사는 돌아가신 전날 모여

담소하고 밤 12시 넘어 새벽닭이 울면 졸은

눈을 부스스 털고 일어나 제사를 모셨다

아침이면 집안 친척들을 불러 모아

같이 식사하며 서로를 챙기던 시절이 있었다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간은 많이 갔다

내가 모시던 그때 어르신들도 다 갔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


시간을 아껴야 한다

나한테 하는 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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