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준비

함께 가라.

by 다정한 지혜로움

북적이는 한 달에 한번 하는 봉사활동을 마치고 나서

집에 돌아와 썰물처럼 빠져나가버린 분주함 뒤로 공허함과 마주했다.

공허함은 슬픔으로 변했고 나는 한없이 무거워졌다.


지인 두 명이나 선물한. 펴볼 엄두도 안 나던 <나의 차례가 왔습니다>를 폈다.

죽음으로 가득한 이 책을 마주하기로 결정한 건 막연한 두려움으로 울기 싫어서이다.

사랑하는 이를 잃게 될 거라는 선고가 잔인한 건 시간의 흐름을 막을 수도 없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슬픔의 무게는 무거워지기 때문인 것 같다.


프롤로그부터.

사랑하는 아빨 잃은 그의 애써 담담한 문장에서부터 슬픔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얼마나 죽음을 등한시 해오는가.

잃지 않고는 아무도 모를. 슬픔에 나는 나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깊은 그리움과 깊은 울음으로.

소리 없는 눈물의 아우성이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이 더욱 진해지기를. 기도하면서.


사랑이 끝나지 않은 이별은 얼마나 잔인한가.

사랑하는 이가 죽음을 마주한 공포감을 보는 건 또 얼마나 잔인한가.

사랑하는 이의 슬픔을 함께 겪는 건 얼마나 잔인한가.

이래저래 혼자 있고 싶은 밤이다.

잔인한 운명을 홀로 받아들이고 싶은.






소리 없이 우는 나를 이제 4돌도 되지 않은 딸이 살포시 안는다.

빨개진 코를 가리키며 묻는다.

-엄마 코 아퍼?

차마 울었다고 말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 내가 있잖아

작은 어깨에 기대어 남은 눈물을 떨궈냈다.

슬픔의 공간에 마주한 순수함이 나를 강하게. 또 한없이 여리게 하고 있다.

이 슬픔의 여정이 결코 혼자가 아님을 깨닫게 하는 든든한 지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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