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늙어 간다는 것.
사는 게 별거 아니라고들 하지만 이런 사소하게 보이는 작은 삶들이 가장 큰 별것이다.
서로를 아끼며 사랑하며 살 수 있는 삶이 얼마나 근사한가.
나는 늘 늙어가는 것이 두렵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삶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는 자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용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귀가 들리지 않고, 눈은 희미해지고, 망가진 관절로 통증을 견디며 살아가는 엄마를 가만히 바라본다.
그녀의 강인함은 누구도 따라갈 수 없다.
나는 엄마를 많이 닮았다고들 했지만, 사실 그녀만큼 단단하지도, 삶 앞에서 그렇게 대담하지도 못했다는 걸 깨닫는다.
이제 나는 잠잠히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내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이려 한다.
아이들을 키우며 버거웠던 순간들,
치사한 남자들 틈에서 홀로 버티며 일했던 날들,
그 모든 시간을 울지 않고 지나왔던 내가,
이제 와서 마치 그 순간들이 한꺼번에 밀려와
툭하면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처럼 되어버렸다.
얼마 전 꿈속에서 어린 시절의 현우를 보았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 아이를 꼭 끌어안고 바라보는 내 모습이 남아 오래도록 가슴을 울렸다.
하지만 나는 다시 일어날 것이다.
단지, 조금의 시간이 필요할 뿐.
조급해하지 않고, 나 자신을 다그치지 않으며,
느긋하게, 의연하게.
그렇게 다시 내 걸음을 내디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