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도 기대지 말고.
공허함을 이기려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괜히 공원을 서성이다가, 등산도 했다.
그렇게 하루를 버티면서도, 아직까지는 편안히 살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가,
문득 가슴 한가운데 커다란 구멍이 뚫린 듯 말로는 다 못할 아픔에 휘청이기도 했다.
한 걸음 물러서서 “별거 아니야”라고 애써 내려다보는 척도 해봤다.
그러나 결국,
여전히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이 혼란스러운 시간이
그저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렇게 좋아했던 음악조차,
이젠 마음이 무너질까 두려워 에어팟을 귀에 꽂지도 못하는 내가 되어버렸다.
구멍 난 가슴을 사람으로 메우려 하지 말고
숫자로 메꿔.
차갑고 명확한 숫자.
그 말을 듣는 순간,
그게 삶을 버티는 정답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