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알아차림은 늘 그자리에 있었다

명상록#5

by 엘앤에프


한 주가 지나갔다.
조용히 돌아보니
여러 장면들이 떠오른다.


출근길 현관문을 나섰을 때
마주했던 3월의 설산.




그 풍경 앞에서
나는 잠시 멈추었다.
아름다웠다.
그리고 감사했다.


그 순간에는
다른 생각이 거의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그 풍경과
그 순간이
있을 뿐이었다.




이번 주에는
야근을 매일 했다.


하루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에너지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도 마음 한편에서는
이런 말이 떠올랐다.


"오늘 하루 정말 애썼다."


그 말 하나로
잠시 마음이 조용해졌다.

그러다
또 하나의 장면이 떠올랐다.


보스의 메일 하나.


메일을 읽는 순간
여러 감정이 올라왔다.


그때 내 안에서
어떤 목소리가 조용히 물었다.


왜 흔들리는 걸까.


나는 잠시 멈추어 보았다.


그리고 알았다.
사건 때문이 아니라
생각 하나 때문이었다.


왜 열심히 하고 있는데
또 요구하는 걸까.


그 생각 아래에는
또 다른 마음이 있었다.


"어디까지 해내야 하는 걸까."


그리고 조금 더 내려가 보니
하나의 마음이 보였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
아직도 그 마음이 있었다.



내 안의 또 다른 목소리가
조용히 물었다.


"그 인정은
누가 주어야 생기는 걸까."


나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떠올랐다.

야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밤.


"오늘 정말 애썼다."


그 말을
누가 해준 것이 아니었다.

내 마음에서
조용히 올라왔던 말이었다.


그 순간에는
충분함과 비슷한 어떤 마음이 있었다.

아마도 최선을 다했다는 마음.


그때 문득 보였다.


나는 나를

평가의 대상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특히 보스 앞에서.


다시
또 하나의 질문이 올라왔다.


"설산을 바라보던 그 순간에도
나는 평가의 대상이었을까."


아니었다.


그때의 나는
그냥 존재하고 있었다.


그저 나의 길을 걸어가는
하나의 존재.


"보스의 메일을 보며 올라왔던
그 감정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이미 지나갔다.


억울함도
피로함도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그저 왔다가 지나갔다.


그때
마지막 질문이 올라왔다.


"그 감정들이 올라올 때
나는 그 감정이었을까.
아니면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어떤 자리가
있었을까."


나는 알고 있었다.
알아차림이 있었다.


감정이 흔들리는 동안에도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조용한 자리가 있었다.


설산을 바라볼 때도
야근으로 지쳐 있을 때도
보스의 메일을 읽을 때도
그 자리는
한 번도 달라진 적이 없었다.


느낌과 생각과 감정은
하루에도 수없이 오고 갔다.

기쁨도
피로도
서운함도
그저 왔다가 지나갔다.


이번 한 주를 돌아보니
나를 흔들었던 것은
세상의 사건이 아니라
생각 하나
마음 하나였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던
어떤 자리가 있었다.


그 자리는
지금도 그대로 있다.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명상 #마음 공부 #알아차림 #에세이 #자기성찰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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