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벌써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노인의 날, 현충일, 광복절 등의 국가기념일 외에도 다양한 기념일이 있습니다. 성년의 날, 명절, 크리스마스, 밸런타인데이, 화이트 데이... 참 다양하지요?
이 중 사람마다 혹은 개인의 생애주기에 따라 그때그때 중요하게 여기는 기념일이 달라집니다.
최근 들어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념일은 바로 ‘크리스마스’입니다.
크리스마스!
결혼 전엔 연인과 조용하게 보내고 싶었지만, 시끌벅적하게 보내야 됐습니다.
반면에, 아이 엄마가 된 지금은 지인들과 함께 보내고 싶은데, 단출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오빠,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 우리 뭐할까?”
“크리스마스? 뭐... 친구들하고 놀아야지!... 언니들도(친구의 아내들) 나올 테니 너도 같이 놀면 되겠네.”
“아니, 크리스마스에 아줌마처럼 부부동반에 가야 된다고? 우리 둘이 놀면 안 돼?”
“친구 와이프들도 결혼 전부터 항상 같이 놀았는데. 같이 가자! 우리끼리만 노는 것보다 훨씬 재밌을 거야.”
이렇게 저는 결혼 전부터 신혼 때까지 크리스마스만 되면 남자 친구(=지금의 남편, 이하 '남편')와 다퉜습니다. 근사한 이벤트와 선물을 준비하고 저를 모시러(?) 온 남편과 오붓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것이라고 기대했던 저의 깜찍한 바람과는 다르게 남편에게 크리스마스는 친구 가족들과 보내는 수많은 날 중 하루일 뿐이었습니다.
저보다 열두 살이 많은 남편은 결혼 전, 수년간 시부모님의 병간호를 했었습니다. 사생활이 거의 없었던 남편에게 ‘친구’와 그 가족들이 특별한 인연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연인들의 대표 기념일인 ‘크리스마스’에 아줌마, 아저씨들과 함께 놀기에는 뭔가 아쉬웠습니다. 크리스마스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여름휴가, 1월 1일, 황금연휴, 명절 연휴, 주말... 그렇게 저희 부부의 곁엔 항상 남편의 친구 가족들과 함께 있었습니다.
그렇게 1년, 2년이 지나고 사람들과 추억이 쌓이자 제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아이가 행복해하는 것을 보니 그들과의 인연이 매우 소중하게 생각됐습니다. 둥이는 형제가 없는 외동이라 괜히 쓸쓸해 보이곤 했는데 형, 누나들과 함께 캠핑, 나들이, 놀이공원 등을 다니면서 외롭지 않게 자랄 수 있었습니다.
혼자 있으면서 느낄 수 있는 단출함도 좋지만 사람들로부터 받을 수 있는 안정감, 소속감, 즐거움도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오히려 제가 나서서 사람들을 집에 초대하고 여행 계획도 세우게 됐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모임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있을 때 잘해'라는 노래 제목처럼 사람 간 온기의 소중함을 알게 됐을 때쯤 형, 누나들이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면서 학업으로 인해 모이는 횟수가 급격하게 줄더니 코로나까지 터져 수년째 만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꽤 오랫동안 조용한 우리 집...
위드 코로나를 잠시 바랬지만,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급증되는 요즘...
이번 크리스마스는 어떻게 보내게 될까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
모두 함께 만나 웃으며 새해 덕담을 나누던 그때로 잠시라도 돌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