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예정됐던 아들의 퇴원이 다음 주로 연기됐다.
문제는 심각한 폐렴도, 비싼 입원비도 아니었다.
바로 링거 주사!!
입원 후 3일 동안 왼쪽 손목에 계속 링거 주사 바늘을 꽂고 있던 탓으로,
원래 통통한 아들의 손이 코끼리 다리처럼 퉁퉁 부었다.
선생님은
주말을 잘 버틸 수 있도록 링거 주사 바늘을 오른쪽으로 바꿔야 된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듣자마자! 아들은 엉엉 울었다.
커다란 배에서 공명 된 울음소리는 비상시 울리는 소방 사이렌처럼 어린이 병동에 다 퍼졌다.
어린이 병동이라 9살인 아들이 제일 나이가 많았다.
복도에서 만나는 아기 동생들에게 '내가 오빠야.' 혹은 '형아라고 불러'라고 거드름 피우더니
2살인 막내보다 더 크게 울고 있었다.
난 너무 부끄러웠다. 주사 바늘에 찔린 것도 아닌데, '주사'라는 단어에 지레 겁먹고 우는 다 큰 아들이 부끄러웠다. 설상가상으로 너무 두꺼운 아들의 손목 ㅠㅠ 주사 잘 놓기로 소문난 배테랑 간호사 선생님 두 분이 의논을 하는 동안에도 아들은 양껏 울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아들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다.
차마 그렇게 할 수 없으니 그냥 아들을 힘껏 안아줬다.
드디어 성공!! 간호사 선생님 두 분이 땀을 뻘뻘 흘리고 계셨다. 너무 감사하고 죄송하다며, 거듭 인사드리고 아이를 데리고 병실로 들어왔다. 아들의 온몸은 땀으로 축축했다.
병실에 들어오자마자 바닥에 철퍼덕! 꼭 껴안고 가만히 있었다.
등을 토닥토닥... 엉덩이를 톡톡...
9살이지만 동생을 안 본 아들은 영원한 막내, 나의 아기다.
어릴 때 난, 여기저기 링거 주사를 많이 꽂고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더 이상 팔에 맞을 수가 없어서 발바닥에 맞았다.
심지어 머리에도 맞은 적도 있었다.
울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너무 많이 맞아서 이미 알고 있었다. 주사는 원래 아프다는 걸...
울지 않는 나를 대신해 엄마가 옆에서 울었다.
아들의 엄살 대마왕 기질은 분명히 아빠를 닮았을 것이다.
나) 둥아, 아까 그렇게 아팠어??
아들) 응... 무서웠어.
나) 그런데 무서운 건 참는 거고, 아플 때 우는 거야.
아들) 너무 무서워서 눈물이 나왔어. 그리고...
나) 그리고 뭐?
아들) 난 너무 무서웠는데 간호사 선생님, 엄마 모두 괜찮다고만 해서... 더 슬펐어. 난 정말 무서웠다고!!
나)... 엄마가 둥이 마음을 몰랐구나. 정말 미안해.
가끔 힘들 때, 주변 사람들이
'아무것도 아니야. 괜찮아...' 혹은 '금방 끝날 거야'라고 말해주길 바란다.
하지만 또 다른 힘든 날엔,
'너무 힘들었겠다...' 혹은 '많이 아팠지?', '이럴 땐 우는 거야! 울어도 돼!'라는 말에 힘이 난다.
이래서 타인을 위로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나의 섣부름에 그 사람은 더 다칠 수 있다.
아이의 어리광은 단호하게 잡아줘야 된다.
하지만 오늘 난, '아들의 마음 읽기'에 실패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단짝으로 지내고 있는 친구가 있다. 친구는 나와 비슷한 시기에 결혼했고. 나보다 5개월쯤 뒤 출산했다. 예쁜 공주님을 낳았다. 친구와 난 자주 만나서 같이 놀자고, 나중에 사돈까지 되면 어쩌냐며 농담도 했었는데, 안타깝게도 그 아인 우리 둥이의 돌잔치 열흘 후 하늘나라로 갔다.
심장이 약했던 그 아이는 태어나서부터 큰 수술을 받아야 됐다.
내 친구는 그 이후로, 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입원은 했지만, '병'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폐렴!
아들의 작은 아픔으로 브런치에 글을 두 편이나 올리다 보니 그 친구가 문득 생각났다.
자식에게 힘든 일이 있으면 엄마 마음은 이미 마음이 아니다.
오히려 더 큰 아픔을 겪은 엄마는 침묵하는데... 내가 뭐라고. 부끄럽고 죄송스럽다.
끝으로 혹시 아픈 아이가 있는 부모님이 이 글을 보신다면,
"부모가 있는 아이들이 투정 부리 듯, 어리광으로 봐 주심 정말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정중히 말씀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