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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진 Jul 21. 2021

엄마를 돌려보내 준 고마운 스타벅스!

갑자기 고백을 하자면, 난 엄마가 참 좋다.

40년을 졸졸 따라다녔고, 아프다는 핑계로 남들보다 농축된 시간을 더 오래 함께 있었는데도 늘 부족하다.

맛있는 것을 먹거나 좋은 곳을 가면, 아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다음은 엄마다.

남편과 결혼한 지 10년!(정말? 벌써?) 엄마와 나의 유별난 모녀의 정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 남편도 서운해하지 않는다. 그다음은 아빠와 남편 공동 순위다.


그리고... 마흔임에도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고 싶은 난, 

최근 엄마가 참 얄미웠다. 

이 얄미운 감정은 전적으로 내가 철이 없기 때문이다. 엄마가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울음으로 엄마를 찾는 갓난아기의 감정과 비슷하다. 울음 대신 '얄미움'일뿐이다.


아주 잠시, 노년의 여유를 찾으러 내 곁을 떠난 엄마가 너무 얄미웠다. 정확힌 그리웠다. 

엄마의 인생에서 내가 1순위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 언니가 있었지만 내가 막내였고 늘 아팠기 때문에 난 언제나 엄마에게 첫 번째인 사람이었다. 당연하게 생각했었다. 내가 학생이었을 때도, 취직 후 미혼이었을 때도, 갓 결혼한 새댁이었을 때도, 임산부였을 때도... 내가 도움을 요청하기도 전에 엄마는 늘 내 곁에 계셨다.

9년 전, 둥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했을 땐 늘 엄마와 함께였다. 거의 하루 종일 함께 있었다. 엄마가 십수 년간 호텔 청소를 한 후 받은 퇴직금으로 산 빨간 마티즈를 타고 엄마와 드라이브를 자주 했었다. 행복했다.


엄마는 요즘 즐거운 노후를 보내고 계신다. 열흘에 한번 볼 수 있을 정도로 바쁘시다. 엄마는 퇴직 후 3년간 워드프로세서, 컴퓨터 활용능력 자격증을 바로 따시더니 디자인 전문 프로그램까지 섭렵하였다. 그 후 2년간은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셨다. 엄마는 무엇이든 배우면 열심히 하신다. 지금은 댄스를 배우신다. 크루즈 여행을 하려면 왈츠는 기본으로 배워야 된다고 시작하셨는데 수년간 참 꾸준히, 열심히 하신다.


나의 두 번째 휴직! 바빠서 나랑 놀아주지 않는 엄마랑 사실은 놀고 싶었다. 

이런 감정이 부끄럽기도 하고 엄마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엄마, 나랑 놀아요.'라는 말 대신 괜히 심술을 부렸다. 내가 없는데도 매일 행복한 엄마가 서운했다.


지난주, 등교를 준비하던 아들이 물었다.


  "엄마가 쉬기 전엔 할머니가 유치원도, 학교도 매일 데려다줬었는데 요즘엔 보기가 힘드네."

  "엄마가 집에 있게 됐으니, 할머니도 좀 쉬셔야지."

  "할머니 보고 싶은데, 갑자기 전화해서 학교까지 태워달라고 하면 싫어하실까?"

  "글쎄... 엄마도 잘 모르겠는데, 한번 해 봐~"


엄마는 손주 전화 한 통에 매우 기뻐하셨고, 바로 차를 갖고 우리 집으로 오셨다.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엄마와 난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난 스타벅스 DT Pass에 엄마 차를 등록해 드렸다.


  "엄마, DT점에서 마실 땐 내 카드에서 계산되니깐 언제든지 편하게 마셔. 친구랑 같이 와도 되고~!"

  "어머, 너무 잘 됐다! 친구랑 꼭 와볼게. 고마워~"

  "하긴, 엄마 친구들은 자동결제 시스템을 신기하다고 생각하겠네. 자랑삼아 친구랑 자주 와~"

  "우리 나이 땐 자식에게 보호받는다는 것을 자랑하는 게 낙이거든."


커피를 마시며 드라이브를 하던 중 엄마의 마음을 듣게 됐다. 

엄마는 이제 자식들에게 무엇인가를 해줘야 된다는 게 버겁다고 하셨다. 해 줄 수 없는 게 이제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언니와 나랑 연락하는 게 부담된다고 하셨다.

 

  "엄마, 걱정 마! 나도 이제 잘 살고 언니도 잘 지내잖아! 엄마는 이제 즐겁고 건강하게만 계시면 된다고여~! 커피값도 이렇게 막내딸이 계산해주니깐, 재밌게 놀면 돼. 알겠지?"


아무튼 아들의 갑작스러운 전화, 스타벅스 DT Pass 결제권 등록 덕분에 다시 엄마와의 데이트가 시작됐다.

중년의 내가 엄마와 가까워지기 위해선 이제 내가 엄마를 '돌봐드려야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스타벅스 덕분이다. 역할의 변화가 필요하다.


오늘도 커피값이 결제됐다는 알림 문자가 왔다. 

엄마의 행복한 순간을 '알림'으로 알려주는 것 같아 매우 반가웠다. 


내게 멀어졌던, 아련한 첫사랑이 돌아왔다. 영원히 함께 하고 싶다.

엄마가 다시 돌아왔다! 행복한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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