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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진 Jul 04. 2021

더 이상 '여자'가 아님을 느낄 때

'아줌마'라는 제3의 性.

 장마가 시작됐네요... 괜히 우울해집니다^^ 흐린 날씨 탓인지 낯빛도 우중충 해 보이고... 늘 입고 있는 홈웨어가(말이 홈웨어지... 10년도 더 된 티셔츠와 반바지) 더 낡아 보이네요. 드라마에서 보면 집에서도 예쁘게 차려입고 있던데, 드라마니깐 그런 거겠죠?? 브런치 작가님들은 어떠신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깔끔한 기분을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쉬는 날임에도 큰 마음먹고 세수를 했습니다. '로션이라도 바르자'란 마음으로 거울 앞에 앉았는데 웬 아줌마가 앉아있습니다.  오늘따라, 더 이상 '여자'가 아니고 사람으로 느껴지네요. 하필이면 오늘 같은 날, 예전의 일이 문득 생각이 나 짧게 적어봤습니다.


[더 이상 '여자'가 아님을 느낄 때]


1. 오랜만에 원피스를 입었다. 코랄 빛 립스틱을 바르고 마스카라로 힘을 준 뒤!  예쁜 구두를 신고 외출했다. 나와 만나기로 한 약속 상대가 아닌, 길에서 처음 만난 그 남자의 첫 말!

    "저기, 아줌마! 길 좀 물어봐도 될까요?"

새로 산 구두에 발 뒤꿈치가 까져가는데도 빨리 걸어간다. 피가 나는 것 같다. 오늘은 아줌마로 불리기 싫다. 


2. 준공 후 20년도 지난 우리 회사 건물. 차량 2부제, 5부제 등으로 직원 차량 숫자를 줄여봐도 주차면수가 턱없이 부족 해 이중주차가 일상이다. 난 장애인이라서 장애인 주차구역에 차를 주차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장애인 주차구역 앞엔 이중주차가 금지돼 차를 쉽게 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혹, 내 차 앞에 이중주차가 돼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날은 낭패다. 핸드백과 짐을 차에 넣어두고 두 손으로 힘껏 차를 밀어 본다. 분명 '중립'으로 돼 있는데, 살짝 오르막길이라 그런지 도무지 차가 밀리지 않는다. 치마를 입었음에도 다리를 쫙! 벌리고 땀을 뻘뻘 흘리며 차를 밀고 있는데, 한 남자가 다가오고 있다. 한걸음, 두 걸음... 점점 다가오고 난 괜히 더 힘든 척을 한다. 드디어 다가온다! 이제 됐다!!

  "쯧쯧, 이런데 차를 세우고 가는 사람도 있네." 한마디 하더니 그냥 지나친다.

분명히 그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괜히 내가 나를 탓한다. 

  '내가 예쁜 아가씨였으면 도와줬을텐데...'


 이런 느낌을 백번쯤 받고 나면, 할머니가 돼 있을까요? 일흔이 다 돼가는 친정엄마는 "나이 들어도 여잔 야시 짓을 해야 돼~! 예쁘게 해야지." 라며 여전히 꾸미고 다니시던데... 왜 전 엄마를 닮지 않았을까요? 

생각해보면, 남편 말고는 누군가에게 '여자'였던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도와주세요~"라고 말하는 게 부끄러워서 탕비실의 20리터짜리 정수기 물통을 낑낑대며 꽂는 저는... 도저히,

 "이런 걸 왜 직접 하니? 잠시만... 동현 씨~ 물통 다 됐는데, 끼워 줄 수 있어요? 와우~ 팔 근육 봐! 너무 멋지다! 고마워~" 라며,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친구를 따라갈 수가 없네요^^


없는 힘으로, 열심히 살아가렵니다. 그래도... 저도 가끔은 야시처럼 행동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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