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라는 제3의 性.
[더 이상 '여자'가 아님을 느낄 때]
"저기, 아줌마! 길 좀 물어봐도 될까요?"
새로 산 구두에 발 뒤꿈치가 까져가는데도 빨리 걸어간다. 피가 나는 것 같다. 오늘은 아줌마로 불리기 싫다.
2. 준공 후 20년도 지난 우리 회사 건물. 차량 2부제, 5부제 등으로 직원 차량 숫자를 줄여봐도 주차면수가 턱없이 부족 해 이중주차가 일상이다. 난 장애인이라서 장애인 주차구역에 차를 주차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장애인 주차구역 앞엔 이중주차가 금지돼 차를 쉽게 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혹, 내 차 앞에 이중주차가 돼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날은 낭패다. 핸드백과 짐을 차에 넣어두고 두 손으로 힘껏 차를 밀어 본다. 분명 '중립'으로 돼 있는데, 살짝 오르막길이라 그런지 도무지 차가 밀리지 않는다. 치마를 입었음에도 다리를 쫙! 벌리고 땀을 뻘뻘 흘리며 차를 밀고 있는데, 한 남자가 다가오고 있다. 한걸음, 두 걸음... 점점 다가오고 난 괜히 더 힘든 척을 한다. 드디어 다가온다! 이제 됐다!!
"쯧쯧, 이런데 차를 세우고 가는 사람도 있네." 한마디 하더니 그냥 지나친다.
분명히 그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괜히 내가 나를 탓한다.
'내가 예쁜 아가씨였으면 도와줬을텐데...'
이런 느낌을 백번쯤 받고 나면, 할머니가 돼 있을까요? 일흔이 다 돼가는 친정엄마는 "나이 들어도 여잔 야시 짓을 해야 돼~! 예쁘게 해야지." 라며 여전히 꾸미고 다니시던데... 왜 전 엄마를 닮지 않았을까요?
생각해보면, 남편 말고는 누군가에게 '여자'였던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도와주세요~"라고 말하는 게 부끄러워서 탕비실의 20리터짜리 정수기 물통을 낑낑대며 꽂는 저는... 도저히,
"이런 걸 왜 직접 하니? 잠시만... 동현 씨~ 물통 다 됐는데, 끼워 줄 수 있어요? 와우~ 팔 근육 봐! 너무 멋지다! 고마워~" 라며,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친구를 따라갈 수가 없네요^^
없는 힘으로, 열심히 살아가렵니다. 그래도... 저도 가끔은 야시처럼 행동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