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와 맞짱 뜨는 공무원

by 이서진

지아야, 지난주에 보내 준 둥이 옷 선물 잘 받았어. 체구가 큰 사람들이 즐겨 입는다는 의류 브랜드라 그런지 똥똥한 우리 둥이 몸에도 옷이 예쁘게 잘 맞더구나. 외사촌 동생을 위해 해외직구로 쇼핑도 하고... 어쩜 우리 지아는 이렇게 못하는 게 없을까? 이모는 아직도 해외직구는 해 본 적 없거든. 그래서 지아가 더 대단해 보여. 품질 좋고 가격이 저렴한 곳을 잘 찾아 구매하는 것도 돈을 버는 방법이니까! 고마워~ 깨끗하게 잘 입힐게.


그럼, 오늘은 쇼핑, 돈 쓰는 방법 즉, '예산집행'에 대해 알아볼까?


'돈! 경제!'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지? 바로 '애덤 스미스'란다. 지아도 학교 수업시간에 배웠겠지만 애덤 스미스는 '시장경제는 누구의 개입도 받자 않을 때 가장 잘 작동한다'는 자유시장 개념을 정립함으로써 현대 자본주의 창시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경제학자란다.

우리가 저녁식사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정육점 주인과 양조장 주인, 빵집 주인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라 이익에 대한 그들의 관심 때문이다.
-애덤 스미스(1623~1790)의 국부론 中-

그는 자유시장의 이상적인 모형에서 생산자들은 경쟁을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원하는 수량만큼 생산하게 된다고 주장했어.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 역시 생산과정에 투입된 노동, 원자재 가격, 임대료 등의 명시적인 직접비용과 다른 업종에 종사하면 벌을 수 있는 이윤인 묵시적인 기회비용만을 커버하는 ‘자연적인 가격(natural price)’으로 귀착된다고 믿었지. 이렇게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이룬 시장기능을 '보이지 않는 손'이라 하고, 이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사람들은 '부'를 과시하려고 하기 때문에 부자들의 소비로 인해 부가 '낙수'효과를 일으키며 사회 전체로 퍼져나가고,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도 했지.

물론 '보이지 않는 손'으로 상징되는 자유경쟁시장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에도 몇 가지 오류는 있었단다. 독과점 시장처럼 완전하지 않은 제한된 경쟁일 경우 시장이 제 기능을 못한다는 것이야. 사실 사업 초기의 어마어마한 투자비용만 고려하더라도 제조업 위주의 시장에서 '완전 경쟁 시장'이라는 건 매우 어렵지.

그리고 현재는 코로나와 디지털 기술의 발전 등으로 경제 패러다임이 전면적으로 바뀌는 변혁의 초기 단계에 있단다. 점점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가 무료에 가까워지는 사회에 보다 적합한 새로운 경제 모델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단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애덤 스미스의 경제이론은 아직까지도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지.

딱 한 군데! 공무원 조직만 제외하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예산 운영의 전통적인 원칙 '근검절약(economy & efficiency)'이었단다.

하지만 1960년대 국가의 사회경제적 역할이 급증하는 행정국가 혹은 복지 국가 시대가 전개되면서 새로운 예산 가치들이 추가됐단다. 바로 '투명(재정의 건전하고 투명한 운용)', '건전(건전한 운영과 엄정한 관리를 도모)', '효율(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하며, 지출성과를 극대화함)'이란다.

그러다가 1990년대부터 '가치 예산'에 대한 새로운 요소들이 도입됐어. 당시 환경, 여성, 문화, 복지 등 다양한 사회 분야에서 신사회와운동이 활성화 됐거든. 그리고 2000년대 이후부터는 '90년대부터 지속된 신사회화운동 중 특정 정책 분야에 공공예산을 더 많이 배분하길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단다. 양성평등을 위한 성인지 예산, 아동복지를 위한 아동예산이 대표적이지. 또, '주민참여 예산제도'가 시행돼 주민들이 예산편성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돼 재정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게 됐단다.


이렇듯 공공예산 운영은 민간부문의 경제적 가치 외 다양한 가치를 근거로 운영된단다. 사회적 약자 보호, 환경보호, 지역경제 발전 등의 다양한 가치와 민감한 정치적 사항까지 포함돼. 그래서 신규 공무원들이 혼란스러워한단다. 왜냐면 우리는 이미 시장경제체제에 익숙했진 사람들이거든. 16년 차가 된 이모도 '이게 정말 맞는 일인지...' 고민된단다.


분명히, 품질 높은 제품을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는데 지역업체를 살려야 된다는 명목으로 비싸게 사야 되고,

과연 효율성이 있을지 의문되는 사업에 예산을 투입해야 되지. 같은 품질의 물품을 더 싸게 사서 예산을 절감할 수 있지만 집행률이 저조하면 의회의 질문 공격을 받아야 되기 때문에 상식의 범위내면 할인가로 구입할 필요가 없거든.


국민들의 혈세를 그렇게 비효율적으로 쓰냐고? 그렇게 집행해야 되는 각종 제도들이 있거든.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29조(공동계약) ①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계약담당자는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계약상대자를 2명 이상으로 하는 공동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②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계약담당자는 제1항에 따른 공동계약의 경우 입찰 참가자격으로 지역을 제한하지 아니하는 입찰로서 건설업 등의 균형발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공사현장을 관할하는 특별시ㆍ광역시ㆍ특별자치시ㆍ도 및 특별자치도에 법인등기부상 본점 소재지가 있는 자 중 1인 이상을 공동수급체의 구성원으로 하여야 한다
제88조(공동계약) ⑥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하여 필요하면 법 제29조 제2항 본문에 따른 공동계약에 의하는 경우 해당 지역 업체가 참여하는 비율을 정할 수 있다.
사회적 기업 육성법
제12조(공공기관의 우선 구매) ①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제2호에 따른 공공기관의 장(이하 “공공기관의 장”이라 한다)은 사회적기업이 생산하는 재화나 서비스(이하 “사회적기업제품”이라 한다)의 우선 구매를 촉진하여야 한다. ② 공공기관의 장은 사회적기업제품의 구매 증대를 위한 구매계획과 전년도 구매실적을 고용노동부장관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
제3조(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중증장애인생산품의 우선구매를 촉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지원 및 시책을 종합적이고 효과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제4조(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촉진에 관한 계획의 수립) ① 보건복지부장관은 매년 초에 제5조에 따른 중증장애인생산품우선구매촉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중증장애인생산품의 우선구매촉진을 위한 계획(이하 “우선구매촉진계획”이라 한다)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하여야 한다.


진짜로 공무원들이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소비를 할 수 없게 만드는' 법들이 있지? 실상은 더욱더 많단다. 법규 외 자치단체장의 내부 방침을 근거로 다양한 시책을 시행하고 있거든.


소중한 세금을 '내 돈' 쓰듯이 아껴서 써야 되지만, 실상은 아낄 수 없게 돼 있지. 예산을 아껴서 집행잔액을 남기면 욕을 듣지만, 정해진 제도에 맞게 최대한 예산을 모두 집행하면 칭찬을 받는 곳이거든. 물론, 예산편성 단계에서 이것저것 모두 감안 해 딱 맞는 예산을 올리는 게 정답이지만 1년 전에 편성해야 되는 시기상의 한계가 매우 크단다. 또, 열악한 재정여건으로 예산을 증액한다는 게 매우 어렵기 때문에 예산을 절감한답시고 적게 편성하면 '바보, 모자란 놈, 융통성 없는 놈'으로 찍히기 십상이란다.


물론, 이런 제도가 생기게 된 배경은 공감해. 중소기업과 사회적 기업, 그리고 영세한 지역 업체들이 안정적으로 경영활동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간이 필요할 테니 그 기간만이라도 공공부문에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원을 하자는 것이겠지?


하지만...

'정말 시민들이 원하는 게 이런 게 맞는 걸까? 내 돈이라고 생각하면 절대 살 수 있는 가격이 아닌데, 비싸고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곳에서 구입하는 게 정말 시민들이 원하는 게 맞는 걸까?'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자구책을 마련하거나 업종을 변경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게 아닐까?'라는 다양한 고민에 빠진단다.

그리고 이런 고민과 함께 '똑똑하고 훌륭하신 분들이 만든 법과 제도를 말단 공무원이 평가해도 되는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점점 일에서 생각과 감정을 제외하는 훈련을 스스로 한단다. 투입(민원)과 산출(내가 해야 되는 일)만이 있는 행정 기계로 점점 변하지.

공무원 조직은 군대와 똑같단다. 목숨이 달린 위험한 전쟁의 순간! 통일된 명령을 즉각 이행할 수 있도록 조직된 군대 시스템이 그대로 도입된 곳이지. 의문을 갖고 주저하는 순간 죽거나 패배할 수 있으므로 최대한 개인 생각을 배제하는 데 최적화된 시스템. '명령하면 수행한다, 까라면 깐다'처럼 '지시가 떨어지면 수행하고, 민원이 생기면 처리한다'가 조건반사적으로 나와야 하는 곳이란다.


그래서... 제 아무리 똑똑하고 잘난 애덤 스미스가 살아 돌아와 '자유경쟁시장'과 '보이지 않는 손'을 운운해도 공무원들은 법이 바뀌지 않는 한 못 들은 척하거나, '거 좀 조용히 하시오!'라고 맞짱뜰 것 같아.


돈과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중요한 자본주의 경쟁사회! 많이 벌지 못하면 한 푼이라도 아끼고 아껴야 하는 사회에 공무원의 이런 소비(예산집행) 행태는 많이 낯설지? 이웃과 함께 공존하기 위한 다양한 사회적 가치들이 공무원이 펼치는 각종 정책과 사업뿐 아니라 예산을 집행하는 곳에도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야. 그래서 외부에서 보면 다소 방만해 보이고 비효율적이라는 오해를 많이 받기도 한단다. 그리고 공무원들 중에도 경우에 따라서는 회의감을 갖기도 하지.

하지만 회의감이 들더라도 예산을 집행해야 되는 것도 공무원이고 외부의 오해를 풀어야 되는 것도 공무원이란다. (그래서 늘 피곤한 건가 ㅠㅠ 우리 지아는 잘할 수 있겠지?)


오늘은 즐거운 금요일이구나! 밤늦도록 공부한다고 항상 수고가 많은 우리 조카 지아야!

주말 동안은 잠시라도 깊어진 가을을 느껴보길 바랄게. 안녕^^



* 참고 : 지방재정론(저자:이재원 교수, 출판사:윤성사), 한계비용 제로사회(저자:제레미 리프킨, 출판사:민음사),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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