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토박이로 살아온 내게는 생생한
동해 남부선 옛 기찻길!
KTX가 생기면서 이용객이 줄고 운송효율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수십 년간 해운대와 송정을 잇는 철로를 다니던 칙칙폭폭 기차는 제 갈 길을 잃었다.
1990년대 중후반,에 해운대 신시가지가 생겼다.
산과 바다 사이를 관통하며 달맞이길을 지나던 버스는 노선을 달리했다.
달맞이 고개를 굽이굽이 넘을 때마다에 버스 손잡이를 꽉 잡고 발 위치를 달리하며 넘어지지 않으려고 애쓰다가 친구와 얼굴이 마주치면 싱긋 웃었던 곳.함께 바다를 바라볼 수 있었던 버스 안.
버스가 멈춘 후 없어질까 두려워 조용히만 달리던 기차도 결국 2013년 멈추게 됐다.
아쉽다 못해 씁쓸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 길은 멈춘 채로 있지 않았다. 기차가 멈춘 폐선로에는 '블루라인'이라는 관광용 기차가 칙칙폭폭 예쁘게 다니기 시작했고 기찻길 옆 부지로는 산책길이 조성됐다. 그리고 난 일주일에 한두 번은 그 길을 걷는다. 우울증 치료를 위해서! 혹은 다이어트를 위해서??
이제는 해운대를 너머 부산의 대표 관광코스가 된 그린레일웨이&블루라인 파크.
대부분 블루라인을 타기 위한 사람들로 입구가 북적이지만 조금만 걸어가면 확 트인 바다를 보며
말 그대로 평화롭게 산책 할 수 있다.
어제는 김미경 강사님의 동기부여 강의 영상을 들으며 걸었고, 오늘은 친한 언니가 추천해 준 '법상 스님'의 법문을 들으며 천천히 마음을 달랬다. 음악을 듣기도 하고 파도소리를 듣기도 한다.
미포정거장 도착 조금 전에 돌아 집으로 오면 딱 만보가 채워진다.
돌아오는 길엔 해운대 해수욕장과 광안대교를 살짝 볼 수 있다. 마음이 더 상쾌해진다.
요가원을 다니는 것도 좋지만 자연을 느끼고 햇빛을 받으며 산책을 하는 것이 좋다는 의사 선생님의 권유는 옳았다. 나가기 전엔 세상 귀찮지만 산책하고 돌아오면 더없이 맑아진 마음.
박해영 작가님의 '나의 해방일지' 대사처럼
힘들 때 꺼내 쓸 수 있도록 예쁜 바다의 푸른빛, 파도소리를 눈과 귀, 마음에 가득 담는다.
그린레일웨이와 헤어지고 집으로 향하는 갈림길에 핑크색 쨍쩅한 꽃이 눈에 띄었다.
짱짱한 꽃분홍색이 촌스럽지 않고 예뻐 보이다니.
내가 그만큼 나이 들었구나...... 싶었지만 그래도 예뻤다.
나의 내일은 또 어디를 걷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