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넘기, 못 하면 안되나요?

by 이서진

초등학교 1학년!

첫 학부모 모임!!

듣기만 해도 설레기보단 긴장됩니다!


아들을 둔 엄마라면 같은 반 엄마들과의 첫 미팅에서 반드시 달성해야만 하는 미션이 있습니다!


바로 '야무진 여학생 엄마의 휴대폰 번호를 알아오는 것!'입니다.


특히, 남학생을 키우는 워킹맘이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꼭 달성해야만 됩니다.


보통 남자아이들은 여자 아이들에 비해 덜렁거립니다. '준비물, 숙제, 선생님 전달사항 등 빠트리는 게 많으니 야무진 여학생의 엄마를 통해 정보를 얻어야 된다.'는 맘 카페 선배 엄마들의 경험에서 나온 조언이 매우 과학적이고도 논리적으로 들렸습니다.

'돈 벌러 나가는 직장에서도 구석에 찌그러져 있는 성격인데 ㅠㅠ 어떡하지? 나보단 남편이 훨씬 더 사교적인데, 모임에 아빠를 내보낼까? 아... 드디어 학부모의 역할이 시작되는 건가ㅜㅜ'

목숨보다 소중한 아들의 행복한 학교 생활이 저의 처세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니 수만 가지 걱정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2학년인 아들은 작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입학식조차 연기 및 축소됐던 바로 그 2020년!

2020년은 코로나 때문에 100가지 중 99.9999개가 불편하고 안타깝고 답답했지만, 0.0001만큼 좋은 것이 있었는데... 바로 '학부모 모임'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엄마인 저의 부족한 사교성이 드러나지 않은 체 둥이는 학교에 다닐 수 있었습니다.


2020년 상반기엔 코로나로 인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습니다. 하나뿐인 아들이 1학년 1학기를 마쳐가고 있었는데 같은 반 친구 엄마 중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했지요.

그러다가 아이를 좀 더 케어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둥이 담임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8월 초부터 육아휴직을 하게 됐습니다. 시간이 많아지니 자연스레 둥이의 학교 생활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래, 뒤늦게라도 엄마들과 친해져 보자!'라는 생각으로 등굣길에 둥이가 '00야~'하고 반갑게 부르면 저는 얼른 표정을 최대한 밝게 하고 옆에 있는 친구 엄마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저의 어색한 인사를 항상 반갑게 맞이 해 주는 엄마를 알게 됐는데 하필, 제게 딱! 필요했던 '같은 반, 야무진 여학생의 엄마'였습니다.


그 야무진 여학생의 이름은 '지희'였습니다. 지희를 통해 듣게 되는 둥이의 학교 생활은 너무 재밌었습니다. 1학년 아이들답게 귀여운 에피소드도 있었고, 우당탕 시끄러운 일들도 많았습니다. 확실히 '오늘 점심에 돈가스 나왔어.' 혹은 '오늘도 별일 없었어.'로 끝나는 둥이의 말과는 다른 생생한 지희의 이야기는 제게 매우 소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지희의 하교 모습이 피곤해 보였습니다.

"지희야, 오늘 좀 피곤해 보이네~ 학교에서 즐겁게 많이 놀았나 봐^^"

"아줌마, 안녕하세요^^ 오늘 줄넘기 수업을 해서 다리가 조금 아파요 ㅠㅠ"

처음 듣게 된, 아들의 체육시간이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아, 그래? 줄넘기는 어떻게 배워?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시니?"

"선생님이요? 아닌데요..."

"그럼?"

"선생님이 '줄넘기 잘하는 사람 손들어 봐!'라고 말씀하셨는데, 진우가 잘한다고 손을 들었어요. 그래서 선생님이 진우한테 친구들에게 시범을 보여보라고 하시더니...'이렇게 하면 돼, 모르면 친구에게 물어보고.'라고 말씀하시고 선생님 책상에 앉았어요. "

"선생님께서 줄넘기 시범을 안 보여주신다고?"

"네, 선생님은 매일 너~무 바쁘다고 책상에 계속 앉아만 계세요."

"그럼, 줄넘기 못하는 친구들은 없어?"

"그러면... 태권도 학원에 가서 배우고 오라고 하세요~"


그제야 정신이 '번쩍'들었습니다.


얼마 전, 담임 선생님과의 2학기 전화상담 중 태권도 학원을 권유받았기 때문입니다.

"어머니, 둥이는 지금 운동 관련 학원은 다니지 않나요?"

"수영을 1년 반 정도 꾸준히 다니고 있습니다."

"네... 수영도 너무 좋은 운동이기는 한데, 태권도는 어떠세요?"

"네? 유치원 때 다니다가 끊었는데... 교과 과정에 태권도도 있나요?

"그건 아닌데, 보통 태권도 학원에도 기본적인 학교체육을 다 떼주거든요.."

"네... 둥이랑 둥이 아빠랑 의논해 보겠습니다."

"네, 어머니~!"


그 당시에는 선생님이 말씀하신 '기본적인 학교체육'이 줄넘기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오늘에서야 '아, 줄넘기였구나!'라고 깨닫게 됐습니다. 8살 아이의 재잘거리는 말속에서 깨닫게 되다니...

참... 황당한 교육현장입니다.


줄넘기를 모두 다 잘해야 될까요?

체조, 달리기, 여러 가지 구기종목과 무예, 스포츠 댄스, 수영, 서핑 등 여러 체육 종목 중 자신에게 적합한 것을 찾도록 도와줘 평생 즐기며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갖도록 하는 것이 체육교과의 목적이 아닐까요?


줄넘기를 5개도 못 뛰는 저도 사회생활, 결혼생활을 무리 없이 수행하고 있는데. 모든 아이들에게 줄넘기를 가르치고 심지어 테스트를 통해 점수 부여를 한다는 것은 주객이 아주 많~~이 전도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줄넘기를 못하는 아이는 수영을 잘할 수 있습니다. 혹은 달리기를 좋아할 수도 있다. 굳이 점수화를 해야겠다면 각 종목별 등급에 맞는 점수를 부여하면 됩니다. 너무 많은 아이들을 지도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줄넘기 과외'까지 아이에게 강요하는 것은 목적과 수단이 바뀌어도 단단히 바뀐 게 아닐까요?


그 어떤 체육을 매뉴얼에 맞게 못한다고 해도 운동을 즐기고 건강하게만 자라면 됩니다. 다양한 종목을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도만 해 줘도 될 텐데... 밝게 뛰어놀아야 되는 체육 시간마저 '사교육'을 갖다 붙일 수밖에 없는 교육과정이 정말 아쉬웠습니다.


지금 둥이는 초등학교 2학년이 됐습니다.

그리고 조리원 동기 중 2명의 아이들은 올해 초 사립초등학교로 전학을 갔습니다. 조리원 동기 언니들은 다양한 학원 대신 사립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아이를 훨씬 더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다고 했습니다. 오직 하나만 잘해야 되는 공립학교보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사랍힉교가 더 좋다고 했습니다.


어쩌면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혼란스럽습니다.


저는 정말 아이를 공립초등학교에 방치하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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