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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진 Dec 14. 2023

타미플루 부작용

밤을 꼬박 새울 정도로 심한 불면증이었던 내게 최고의 약은 '휴직'이었다.

회사를 쉬었을 뿐인데도 저녁에 잠을 잘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휴직 후엔 낮에도 잠을 잘 수 있었다. 이런저런 진통제들 덕분이다.


며칠 전, '다시 불면증이 시작된 게 아닐까?'라는 공포를 느꼈다. 

침대 머리맡에 놓인, 예스 24에서 도서구입 사은품으로 받은 미니 형광등을 켜고 책을 읽어봐도 잠이 오지 않았다. 뒤척거리다 침실을 나왔다. 저 혼자 환하게 켜진 노트북 앞에 앉아도 잠이 오지 않았다. 

깨어있지만 멍한, 가슴이 콩닥거려서 집중이 필요한 일은 하기 힘든 상태. 

이대로 다시 불면증이 시작되는 걸까.


아들 둥이는 4학년이다. 1반부터 시작된 독감은, 스멀스멀 움직이더니 결국 4학년 4반까지 넘어왔다. 26명 중 열명이나 독감으로 결석을 했다고 신기한 듯 내게 말하던 둥이 역시 지난주 금요일, 독감에 확진됐다. 

'독감'은 무섭지 않았는데 약사님께서 열심히 설명해 주신 타미플루 약의 부작용은 무서웠다. 

약사님은 환각, 망상 등으로 베란다에서 뛰어내릴 수 있으니 절대로 아이를 혼자 두면 안된다고 하셨다.

우리 집은 베란다가 없고 뚱뚱한 둥이가 통과할 수 있는 창문이 없음에도 난 둥이 옆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약사님 말대로 절대로 아들을 혼자 두지 않았다. 혹시나 하여 잠을 잘 때도 둥이 손을 꼭 잡고 잤다. 다행히 둥이에겐 아무런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


주말 동안 둥이는 다시 건강해졌지만, 반대로 난 아파졌다.

월요일 오후,  독감 확진 판정을 받고 저녁부터 타미플루 약을 먹었고 그날 잠을 자지 못했으니, 나의 불면증 원인이 '타미플루 부작용'으로 생각한 건 매우 타당하고 합리적이라고 생각된다.


부작용은 하루 만에 멈췄지만 당분간 잠이 들 때마다 '오늘도 잘 잘 수 있겠지?'라는 의문을 갖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오랜만에 겪은, 

'아무도 없는 새벽의 찻길, 드문드문 꺼진 가로등을 바라보며 잠을 자야 된다'는 강박증. 


마치 복직을 하면 반드시 다시 겪을 것 같은 두려움이 시작됐다.

그것이 내가 겪은, 끔찍한 타미플루의 부작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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