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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 다시 태어나다.

by 이서진

2013년 1월, 그녀는 아들을 낳았다.


아들의 태명은 ‘둥이’였다. 둥이는 그녀에게 기쁨이었다. 집에 혼자 있어도, 회사 업무가 고돼도 뱃속에 있는 둥이가 늘 그녀의 편에서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사실 그녀가 둥이를 온전히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기대하진 않았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그녀가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굳이 ‘생각해 보자면’이라는 표현을 써야 될 만큼, 경증의 장애를 갖고 있어서 학교생활, 사회생활을 무리 없이 잘 해내고 있지만, 어른들에게 ‘아기의 임신’은 또 다른 문제였다.


그녀가 결혼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신랑 가족들은 걱정했다.

‘과연, 그녀가 임신을 할 수 있을까?,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더 깊은 걱정이었다.


결혼을 앞둔 남녀는 고민했다. 헤어지고 만나고를 반복하며 둘만의 영화 한 편을 찍고 난 뒤,

‘아이가 없어도 우리 둘이 잘 살 수 있어!?’라는 생각으로 결혼을 결심했다.


감사하게도 결혼 반년 만에 그녀는 둥이를 갖게 되었다. 뱃속에 있는 둥이가 자랄수록 그녀의 배도 남산만큼 커졌으나, 그건 그녀의 훈장과 같아서 그녀는 그 몸으로 어디든 자랑스럽게 다녔다. 어디든 통과할 수 있는 프리패스권을 얻은 것 같았다.

‘이것 보세요, 당신들이 걱정했지만 난 또 해냈습니다.’라는…


이렇듯 둥이는 그녀에게 자랑스러움이었지만, 가슴 아프게 하는 걱정이기도 했다.

‘몸과 마음이 아프지 않은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라는 걱정은 임신한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겠지만, 그녀는 조금은 더 무거운 책임감과 안타까운 마음으로 출산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2013년 1월 13일, 그녀의 둥이가 태어났다.

그리고 걱정 많고, 나약했던 그녀도 감사함과 책임감을 가진 엄마로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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