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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엄마는 왜 입이 삐뚤 해?

by 이서진

안녕하세요! 저는 9살이 된 둥이랍니다.


학교 선생님이 부르는 이름은 따로 있지만, 밤에 엄마가 저를 안고 재워줄 때

'엄마가 가장 사랑하는 둥아 잘 자라~!' 말하며 뽀뽀해 주는 게 제일 좋거든요. 그래서 '둥이'에요!~

얏호! 오늘은 정말 즐거운 날이에요~

왜냐면요... 바로바로 제 친구가 우리 집에 처음으로 놀러 오는 날이거든요^^

엄마가 회사에 다녀서 집에 친구를 초대할 생각을 못 했거든요. 할머니가 계시긴 하지만 왠지 엄마가 없는 집에 친구를 부르긴 싫었거든요!


오늘 놀러 오는 친구는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예요~ 같은 아파트에 산답니다!

우리 집이 10층이고 친구 집은 14층이니깐... 우리 집 위에 층의 위층의 또 위층의... 그 위에 살아요. 엄청 높지요? 참, 친구 이름은 태민이에요.


태민이는 짧은바늘이 1을 지나고 긴 바늘이 6이 되면 온다고 했어요.

점심밥을 빨리 먹고 거실을 정리했어요. 장난감도 제자리에 놔두고 책도 예쁘게 꽂았답니다. 엄마는 손님이 오면 화장실 청소부터 해야 된다며, 변기를 닦고 수건도 새 것으로 바꿨어요. 신발장도 정리하고 창문을 활짝 열어 집안의 냄새 먼지도 다 나가게 했어요. 엄마도 태민이가 놀러 오는 게 무척 기대되나 봐요~! 제가 하루 공부를 다 마쳤을 때 아빠에게 하나씩 상으로 받는 '지구 젤리'를 무려 여섯 개씩이나 접시에 담아 상 위에 올려주셨거든요! 당장이라도 지구 젤리를 먹고 싶었지만, 태민이와 함께 먹기 위해 꾹 참았습니다.


띵똥~!!! 드디어 태민이가 왔어요!


엄마랑 저는 현관으로 달려 나가 태민이를 맞이했습니다. 태민이는 우리 집이 조금 낯선 듯, 계속 두리번거리기만 하네요. 그때, 엄마가 사과와 딸기가 담긴 접시를 들고 오셨고 우린 달콤한 과일을 먹기 위해 앉았습니다. 지구 젤리도 먹었어요~!


엄마는,

"아줌마 방에 들어가 있을게. 편하게 놀아~ 필요한 거 있음 이야기하고."라고 얘기하고 방으로 들어갔어요.


드디어 친구랑 저랑 단 둘이 있게 됐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로봇 중 멋진 것을 골라 태민이에게 자랑했습니다. 또봇도 10개가 넘고 카봇은 15개나 돼요. 어벤저스 피규어도 있고, 레고로 만든 미니 로봇도 자랑해야 돼요. 너프건 놀이도 했어요~ 뽁뽁이 총알로 바꿔 유리창에 붙여놓은 과녘에 맞추는 놀이도 했답니다. 제일 작은 동그라미에 먼저 맞추는 사람이 이기는 놀이예요. 정말 신이 났는데 조금 바빴어요! 태민이에게 자랑할 것이 아직 많이 남았거든요. 전부 다 보여주고 싶었답니다.


안방 침대에서 싸움놀이를 한창 하고 있었는데, 엄마가 방 문을 열고 나오셨어요.

"아랫집에서 시끄럽다고 하겠다! 어휴~ 이 땀들 좀 봐. 우리 잠시 앉아서 시원한 주스 마시고 톡톡 블록 놀이할까?"

엄마랑 저랑 태민이는 톡톡 블록으로 아이언맨, 총, 칼 등 여러 가지를 만들었어요.


엄마가 잠시 간식을 챙기러 간 사이 태민이가 저에게 물었습니다.

"둥아, 너희 엄마는 왜 입이 삐뚤 해? 왜 말을 이상하게 해?"

"엄마가 어렸을 때 많이 아파서 그래. 그래도 착하고 좋아. 너희 엄마는 어때?"

"우리 엄마도 상냥하신 편이야."

"그래, 그럼 또 만들자!"

태민이는 더 묻지 않았습니다. 역시 엄마가 옳았어요. 엄마가 열 번도 더 넘게 알려줬거든요.


둥아, 혹시 친구들이 '너희 엄마는 왜 아파?' 혹은 '왜 말을 이상하게 해'라고 물어보면 '엄마가 어렸을 때 많이 아파서 그래. 넘어지면 무릎에 상처가 남는 것과 같아.'라고 말하면 돼~!


그래도 엄마가 태민이의 질문을 듣지 못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엄마가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네요. 제 엉덩이도 토닥토닥해주셨어요.


태민이는 엄마가 오니까 또 궁금해졌나 봐요.


"아줌마, 어디가 아팠어요? 병원에 다시 가보셨어요? 웬만하면 치료가 될 텐데 또 가보세요."

"태민아, 아줌마가 어렸을 땐 정말 많이 아팠었어. 의사 선생님이 많이 도와주셔서 이만큼 좋아진 거야. 그래도 의사 선생님들이 새로운 방법을 찾았을 수도 있으니깐 병원에 꼭 다시 가볼게. 아줌마 걱정해줘서 고마워~"

"네, 아줌마. 이것 좀 끼워주세요~"


태민이는 이제 궁금한 게 없어졌나 봐요. 엄마랑 저랑 태민이는 톡톡 블록으로 슈퍼마리오도 만들고 신비랑 금비도 만들었어요. 잠시 뒤 하늘이 깜깜해지자 태민이 엄마한테 전화가 왔고, 태민이는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엄마가 저를 안으며 얘기했어요.

"둥아, 아까 태민이가 엄마 입 아픈 거 물어봤잖아... 둥이가 대답을 멋지게 해 줘서 엄마가 고맙고 든든했어. 둥이는 어땠어?"

"나? 모르겠는데?? 괜찮아~"

"그래, 둥아. 고맙고 사랑해..."

"악~!! 엄마 답답해!!"

엄마는 제가 숨이 막힐 만큼 꽉 안고는 뽀뽀를 백번도 넘게 해 줬어요. 엄마의 뽀뽀는 늘 좋아요^^


오늘은 태민이와 즐겁게 우리 집에서 놀고, 엄마에게 뽀뽀도 많이 받은 행복한 날입니다~












저는 괜히 엄마한테 미안해졌어요. 엄마는 간식을 가지러 가셨으니까 못 들으셨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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