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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진 May 07. 2021

아이의 웃음에서
행복만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지하철을 타고 퇴근할 때였다. 


지하철이 멈추고 다시 출발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사람의 말소리가 아니라 동물 소리 같아서 두리번거리니 8살 정도, 둥이와 비슷한 남자아이와 엄마가 노약자 석에 앉아 있었다. 섣부르게 판단하기엔 두 모자에게 미안했지만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 같았다. 보이는 대로 추측해 보자면 남자아이는 매우 신나 있었다. 오랜만에 나온 것처럼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자리에서 방방 뛰며 즐겁게 웃고 있었다. 내 아이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다른 사람에게 ‘소음’으로 들릴 수 있다니…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제발 그 아이의 어머니가 죄송하다는 말을 하지 않기를 바랐다. 아이의 웃음소리가 엄마의 귀에는 행복으로만 들리기를 바랐다. 주변 사람들에게 양해의 눈빛을 보내는 아이의 엄마를 보며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를 생각했다. 저런 눈빛과 간절한 마음을 하며 속으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셨을까? 


예전에 라디오에서 듣고 혼자 울었던 사연이 있다.

장애아이를 둔 엄마가 있었다고 한다. 그 아이가 수영을 너무 하고 싶어 해 엄마는 집 근처 수영장에 보냈다. 그런데 얼마 후부터 그 아이 엄마의 손이 거칠어지고 심해져서 피부가 갈라지고 피가 났다. 알고 보니 수영장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들이 장애인과 자신의 금쪽같은 아이들을 한 물에서 놀게 할 수 없다고 항의를 한 것이었다. 결국 장애인의 엄마는 자신의 아이가 수영하고 난 후 수영장 바닥과 탈의실 청소를 다 하겠다는 서약을 하고서야 아이를 수영장에 보낼 수 있었다. 그나마 다닐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했다. 

 '피부병도 아닌데... 꼭 그렇게까지 해야 되는 걸까? 세상에서 가장 예쁜 아이가 남들에게 전염병 취급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슬플까... 내가 장애인이 아니라면 나도 저런 학부모가 됐을까?' 

쓸쓸한 생각들이 마구 들었다.


장애인 자녀를 둔 엄마의 마음보다 더 애달픈 마음이 있을까? 아마도 그녀들은 아이의 병을 고쳐준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 것이다. 대가가 그 정도라면 오히려 감사할 것이다. 시시 때때로, 숨 쉴 때마다 살이 찢기는 고통을 느낀다고 해도 그 고통을 감사하게 느낄 것이다.   


지하철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생각했다. 

내가 겪었던 소외된 마음을 둥이가 겪지 않아서 다행이고, 엄마가 겪었던, 자식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애리는 심정을 직접 겪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슬픔이 반복되지 않았으니 감사할 뿐이다. 무엇보다 둥이의 웃음소리가 타인에게 어떻게 들릴지 고민하지 않고 함께 기뻐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이만하면 충분하다. 


혼자만 힘들고 외롭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시간에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토닥여줬다. 때론, 나보다 더 아파하거나 함께 힘들어했다는 사실을 외면했다. 


나도, 사랑하는 가족들도 이미 많이 울었다.

이제는 툴툴 털고 새롭게 태어나 함께 웃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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