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배달음식을 시킬 때, 아침에 출근하며 음악을 들을 때 우리는 모두 <취향>이라는 것에 의해 선택하고 하루를 산다. 그리고 우리는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래서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 우리는 묻는다.
혹시... 뭐 좋아하세요?
#1
나는 마케터는 '취향'이라는 것이 명확해야 할 것만 같았다. 취향이 명확하고 개성 있는 다른 멤버들을 보면서 부럽고 멋있었다. 하지만 나는 취향이라는 것이 있는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무취향의 사람이었다.
'무엇을 좋아하냐?'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매번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스러웠고, 자기소개를 해야 할 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싫어하는 것들이 뭐지? 그럼 나는 뭐지?'에 대한 물음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나만의 취향을 만들기 위해 무던히 애썼다. 다양한 곳에 가서 새로운 것들을 먹어보기도 하고 여러 책들을 읽으며 수많은 감정을 느껴보기도 하고 장르를 불문하고 음악을 듣기도 했다.
그렇게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면서 나만의 취향이 생겼다. 그러면서 나만의 신념과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 이게 좋은 것이구나...!!!"
#2
그런데 점점 나의 취향을 남에게 강요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심지어 누군가가 나와 취향이 다르면 실망하기도 했다.
'이게 좋은데 왜 안 해?'
'여기 별로예요? 왜 안 좋아요? 그럴 리가 없는데.'
나의 이런 믿음들은 일을 할 때도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소비자 관점에서 봤을 땐 이게 좋은 거라니깐요?'
'소비자 관점은 이게 맞아요.'
그러던 어느 날 이런 말을 듣게 되었다.
소비자 관점이 아니고 그냥 마케터 개인의 취향 아닌가요?
아닌데요!
아닐걸요?
아닌가...?
(나도 잘 모르겠어.)
소비자 관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마케터 개인의 취향으로 보이게 된 것은 왜 일까?
예전에 큰 자본을 들여 영화를 만든 친구가 있었는데 본인의 예상과 달리 그 영화가 망했었어요. 영화를 맡았던 그 친구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국민의 수준이 이렇게 낮아서야... 이렇게 수준 높은 영화도 못 알아보고."
사람들의 수준이 낮아서 영화가 망한 것일까요? 어쩌면 대중을 몰랐던 것 아닐까요?
대중을 외면하고는 마케팅할 수 없어요. 작품성이 낮은 영화라 할지라도 천만 관객을 넘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겁니다. 분명 '대중이 좋아한 이유'요.
내가 아이폰이 좋다고 아이폰 유저만 생각하고 마케팅하면 수많은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을 버리는 거예요.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면서 그 안의 <좋은 것>들을 경험하게 되었고 스스로 '좋은 것에 대한 기준'이 올라갔다. 그중에 어떤 것들은 취향이 되었고 나의 신념이 되었다. 그러면서 나만의 착각에 빠졌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결국 소비자들도 좋아할 것이라는 착각.
'취향의 오류'에 빠지는 순간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무언가에 관심을 가질 때, 갑자기 눈에 들어오는 수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그것을 안다고 믿는 순간, 세상을 바라보던 그 창문을 닫게 됩니다.
-생각의 기쁨/유병욱
#3
우리가 좋아하는 게 뭔지, 그래서 그게 왜 좋은지 아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 타깃에 맞는 대상의 취향을 상상하고 저격하며 그들의 취향을 만들어주는 것,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그들의 취향을 뾰족하게 만들어주는 것, 강요가 아니라 설득으로 그들을 '취향'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기쁘게 만들어주는 것은 마케터가 꼭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개인의 취향에 너무 빠져 세상을 바라보는 창문을 닫지 않기를.
감각적이고 적절히 친근한 사장님, 맛있는 커피(더 맛있어 보이는 브라우니), 독특한 분위기, 따뜻한 햇살. 이 카페를 다시 안 갈 이유는 없을 듯하다. 최근 작은 카페들이 점점 늘어나는데, 공통점은 운영자가 매우 감각적이라는 것.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취향은 자본을 이긴다. 취향은 자산이다.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열광하는지 들여다보는 것은 그래서 재미있다. 그 안에서 내 취향은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 내 취향을 뾰족이 하는 것, 혹은 취향을 서로 주고받는 것은 더더욱 즐겁다.
- 자주 가게 될 한남동 맛집들 |작성자 bookandnotes
그러니까 이건, 취향의 오류에 빠진 나에게 보내는 반성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