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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Dec 05. 2017

Only one 말고 One of them

'나 다움'에 관하여.

#1

지난 주였다.

“방금 세븐일레븐이랑 미팅을 하고 왔는데 완전 숭 같은 사람이 있어!!!! 정말 웃겨. 우리 모두 숭 아니냐고 그랬다니까.”

지난달에도 면접을 보고 온 이사님과 선임님들에게 들었던 말이었다.

“이번에 면접을 봤는데 그 사람이 면접 보는 내내 완전 숭 같아서 웃겼어! 리틀 숭이야.”



'숭 같다.'라는 것, 우리 팀원들이 바라보는 '나'는 어떤 모습일까?

'숭 같다'를 한장으로 표현한다면

항상 흥이 많고 빠르고 급하고 매사에 감정적인 사람. 그런 사람들을 보면 내가 봐도 나 같을 때가 있다. 물론 이런 나의 캐릭터는 회사에서 일을 할 때의 '나'겠지만.





#2

넌 병원 분야에서 Only one이 될 수 있는데 이제 서울 가면 One of them이 되는 거야. 그들 중 한 명이 되는 거라고. 여기서 잘하고 있는데 굳이 왜 그 수많은 회사원 중 한 명이 되려고 해?


4년 전 배달의민족에 갈까 말까 고민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말리면서 했던 말이다. 병원 마케팅을 열심히 잘한다고 생각했던 애가 갑자기 아무도 모르는 신생기업에 간다고 하니 다들 의아했었던 것이다.

그때 정신이 확 들었다.

'아! 가야겠다.'


혼자 일하다가 같이 일할 수 있을까, 내가 독단적으로 일하는 데 익숙해져 있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은 있었지만 나는 같이 일할 동료들을 원했다. 혼자 돋보이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함께 하는 사람 없이는 Only one도 될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나는 배달의민족 마케팅실 여섯 번째 멤버로 합류하게 되었다.



#3

우리 마케팅실은 현재 총 27명이고 그중 내가 속해 있는 브랜딩 팀은 12명이다. 우리 멤버들은 굉장히 개인주의자들이며 개성이 강해서 각자의 캐릭터가 분명하다.


브랜딩팀 그림 @뀰



어떤 사람은 엄청 차분하고 꼼꼼하고 어떤 사람은 맨날 이상한 딴짓과 공상을 하며 어떤 사람은 나서지 않고 뒤에서 묵묵히 도우는 일을 잘하고 어떤 사람은 엄청 똑똑한데 게으르다. 나는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성격이 무지 급하고 흥 많고 감정적이고 사진 찍는 거 엄청 좋아하고 호기심이 왕왕 많은 캐릭터이다.




이런 나의 캐릭터는 배달의민족을 다니면서 만들어졌다.





가만 생각해보면 One of them이었기 때문에 내 캐릭터가 완성될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에서도 주인공 한 명의 캐릭터만 존재하는 애니메이션은 없다. 생명력을 불어넣어주는 것은 결국 주변 캐릭터들이니까.



토이스토리


내가 있는 조직 안에서 자연스럽게 나의 캐릭터, 즉 '이승희 다움'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게 내가 4년 동안 배달의민족 마케팅실 one of them의 한 명으로써 존재하면서 느꼈던 생각이다.




작년 배민다움 출간 기념 강연회 당시, 강연을 들은 분들이 고정적으로 하는 질문들이 있었다.

"나 다움은 어떻게 만들 수 있죠?"

"퍼스널 브랜딩을 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회사가 나를 책임져주지 않는 불확실한 시대인만큼 온전히 나로 살고 싶은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책상 앞에 앉아서 '나는 누구인가. 난 무엇을 좋아하는가.' 백번 생각해도 절대 생각나지 않을 것이다.

(난 그렇던데-)



그래서 나는 '개인 브랜딩, 퍼스널 브랜딩'이라고 하는 것이 나의 강점이나 차별점을 찾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 다움(나만의 캐릭터)은 함께 있는 어떠한 조직, 공간 속에서 완성되는 것이지 않을까. 주변과의 상호작용 없이 나 다움은 만들어지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one of them이 되어선 안되고 only one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대부분은 말하겠지만 나는 one of them이 되어 서로가 자기다움을 찾아나갔으면 좋겠다. 나 역시도 계속 그랬으면 좋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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