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적으로 갈 건지 매니악하게 갈 건지 정해봐."
"당연히 대중적으로 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니야. 생명력 있게 가려면 매니악해야 한다고."
애플 제품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쓰지만 '나만 쓰는 느낌', '다른 사람과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준다. 애플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써도 매니악한 감성을 전달한다는 것.
#1
'나만 알고 싶은 카페, 나만 알고 싶은 여행지, 나만 알고 싶은 가수...'
나만 알고 싶은 건 항상 존재한다. 청개구리 심보인 건지 남들 다 가는 곳은 싫고 남들 다 아는 아티스트는 괜히 싫고 그렇다. 마치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어느 날 팡! 떠버려서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게 되었을 때 내 마음이 식는 것과 같은 이치인건가. 어쩔 땐 이건 아는 사람 많이 없고 나만 알고있다고 생각하는 어떤 것을 상대방이 알고 있을 때 그 사람에게 급 호감이 생기기도 한다.
10cm가 그랬고
혁오가 그랬고
헤이즈가 그랬다.
반드시 1등을 차지한다고 해서 바로 앞에 있는 걸 다 얻은 것이 아니라 발표할 때마다 사람들을 설레게 만들고 결과물들로 조금씩 다가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윤상, '러블리즈' 프로듀서
'난 대중과 달라.'라고 하는 것들을 좋아한다기보다는 우리는 주류를 쫓지않고 묵묵히 자기 길을 걷고 있는 비주류를 좋아할 뿐이다. 비주류는 '난 내 갈 길 가겠다.'가 확고하니까.
매일 1위를 하는 헤이즈도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아티스트지만 마이너틱한 감성을 불어주기 위해 Don't panic과 콜라보레이션을 하여 전시를 한다. 음원이 공개될 때마다 대중에게 환호를 받지만 그녀의 행보는 대중성을 띄지 않는다. 본인의 음악 색깔을 좋아하는 마니아층들에게만 소구한다.
이렇게 본인들의 행보는 본인이 결정하고 본인답게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아티스트 딘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분명히 누군가도 좋아한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누군가에겐 분명히 사랑받고 돈도 벌 수 있다고.
배달의민족도 2014년 대중에게 TV광고를 시작하기 전에 우리의 브랜드 에센스(키치, 패러디, 유머, B급 코드)를 좋아하는 마니아 층이 존재했다. 그 후에 팬덤이 생기기까지는 이 소수의 마니아들의 열렬한 지지 덕분이었다. 샤오미가 그랬고 애플이 그랬다.
#2
지금은 대중이 쓰는 국민 앱이 되었다. 하지만 마케팅은 대중적으로 하지 않으려고 우리는 날을 세운다. 명확히 우리의 코드를 좋아할 사람들에게만 꽂기위해.
매번 캠페인을 기획할 때마다 힘든 부분이다. 머리로는 알지만 하다 보면 모든 사람이 좋아할 만한 것을 자꾸 찾게 되니까 말이다.
최근에 배민 팬 몇몇 분이 우리 팀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배달의민족 요즘 왜 자꾸 멋있어 보이려고 해요?
칭찬이 아니다. 우리만의 색깔을 잃어간다고 걱정해주고 조언해주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위기의식을 느꼈다.
대표님은 우리답게 캠페인을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Contrast를 확 주는 것이라고 하셨다. '치킨 자격시험을 고급진 호텔에서 한다던지, 초대형 페스티벌을 동남구청에서 연다던지.'와 같이 말이다.
이렇게 대중에게 사랑을 받으면서 마이너한 감성을 불어주는 것은 쉽지 않다. 어떤 설레임을 줄 수 있지?
하지만 비주류도 그냥 비주류가 아니라 주류 속의 비주류일 때 더 빛나는 법이기에 주류의 매력과 맥락을 전혀 읽지 못하는 것은 또 싫다. (잉잉)
B급의 캠페인일수록 A급으로 완벽하게 준비해야 하는 것처럼.
B급 감성은 한 마디로 '자기다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B급은 알파벳 'A' 다음을 뜻하는 'B'의 개념이 아니라 그냥 '나'는 '나다운 것'이고 다른 사람과의 다름을 인정하고 나다운 걸 추구하는 게 B급 감성이라고 생각합니다.
- 장인성, 우아한형제들 마케팅 이사
서브컬처, 마이너 한 것의 대중화. 모호하고 모순적이지만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마이너 한 감성을 가진 메이저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힙스터이며 자기다운 것이다. 남을 위하지 않고 나로 향할 때 그것이 곧 대중의 환호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