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희 Jun 11. 2018

늘 처음처럼

 최근 이사님과 크게 의견 대립을 한 일이 있었다.

*치슐랭가이드 책 표지 때문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표지 시안과 이사님이 생각하는 표지 시안이 달랐다. 나는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진행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내가 고른 표지를 꼭 하고 싶은 이유가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이사님을 설득할 수가 없었다.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이사님과 표지로 인한 의견 대립으로 표지를 선정하기까지 30분을, 그리고 이틀을, 그렇게 2주를 넘겼던 것 같다.

*치슐랭가이드 : 더 나은 치킨 생활을 위한 안내서


표지 선택할 때 우리



그 후 이사님께 커피 한 잔을 하자고 했다.

"이사님, 왜 우리가 서로 다른 대화를 하고 있는 걸까요?"

"승희가 아는 것만큼, 나는 알지 못해. 이미 다 정해진 다음에 나한테 보여준다고 생각이 들어."


이번 표지 시안을 고르면서 나누었던 우리들의 대화들이 건강한 결과로 나아가긴 했지만, 같은 단어를 쓰면서도 서로 다른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커뮤니케이션은 늘 어렵다.

일을 잘하기 위해선 커뮤니케이션에만 힘을 써도 무방할 정도로, 일을 할 때는 내가 아는 것만큼, 모르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한번 더 깨닫게 되었다.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일까?

우리 팀 유나 님이 항상 말씀하시는 말이 있다.



커뮤니케이션은 언제나 처음처럼 해야 해.


내가 아는 만큼 모르는 사람에 대한 배려와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라며.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기 위해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왜 저 팀은 우리 마음처럼 안 해줄까요?"

"왜 이사님은 이 표지를 하지 않는 거야? 이게 정말 좋은데!"

"어떻게 너는 나처럼 이 일에 대해서 생각을 안 할 수가 있어?"


이 모든 것은 그 사람들이 내 마음 같지 않기 때문이다.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지려면, 충분히 그들에게 이야기해야 한다. 내 마음만큼 충분히-


에어비앤비 하빈 님은 블로거들에게 에어비앤비 포스팅을 해달라고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냥 에어비앤비라는 브랜드를 사랑할 수 있도록 충분히 보여주고 설명한다고 한다. 블로거들이 하빈 님의 마음처럼 에어비앤비와 사랑에 빠지는 순간, 자발적인 바이럴이 만들어진다고 말이다.


경주에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이름은 '딮 게스트하우스'

딮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은 언제, 누구와 가도 늘 똑같은 설렘으로 우리에게 경주를 소개한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똑같은 장소를 설명하셨을까?

딮 게스트하우스 앞에서


매번 똑같은 설렘으로 커뮤니케이션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사람들은 늘 처음처럼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다른 일과 달리,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은 마음가짐이 참 중요한 것 같다.


아는 것도 안다고 자만하지 않고 기다릴 줄 아는 것.

늘 처음처럼, 똑같은 설렘으로 하는 것.

충분히 시간을 갖고 대화를 건네 보는 것.


해보자, 다시 한번!

매거진의 이전글 집이 나보다 위대해 보이면 안 되잖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