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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Aug 13. 2018

뉴욕에서 발견한 것들 1탄 책방

지난 6월 뀰, 은경 실장님과 뉴욕을 다녀왔다.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내 머릿속의 뉴욕은 '서울의 서양 버전'이었다. 그냥 내가 사는 서울과 비슷할 것 같고 막 엄청 거대하고 그냥 무지막지하게 급변할 것 같고... 암튼 큰 기대도 없고 흥미도 없었다. 뀰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오래된 것들이 주는 이야기와 공간, 생김새를 좋아하는 나에겐 뉴욕은 더더욱 어울리지 않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실장님이 우리를 소환하지 않았다면 나는 35살 이전엔 뉴욕을 안 가봤을 것 같다.


하지만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몇 시간 만에 나의 생각은 보란 듯이 바뀌었다.



Inspiration is everywhere.
영감은 어디에나 있다.


뉴욕에 있는 내내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나를 압도하는 스케일부터 보이지 않는 디테일까지, 어느 하나 빠지지 않았던 뉴욕에서 나는 무엇을 보고 발견했을까?

우선 뉴욕 책방에서 보고 영감을 얻었던 것들을 적어본다. 나중에 마케팅 캠페인 할 때 꺼내서 써먹으려고. 호호




1. Drama books 서재 앞 의자들

모양이 다 다른 의자를 일렬로 책장 앞에 두었다. 맨 아래층에도 책을 넣어두지 않았다. 테이블이 아닌, 책장 앞에서 일렬로 앉아 책을 읽게 해둔 것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의자 모양이 다 다른 것도 러블리 포인트!





2. Newyork Public library bookstore 'What are you reading now?'

방문하는 사람들이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볼 수 있었던 공간. 뉴욕 공립 도서관 한편에 마련되어있던 이 공간에서 다양한 책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한다면 현시대의 사람들이 어떤 책을 읽고 있고 좋아하고 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그 사람이 읽고 있는 책을 보면 요즘 어떤 관심사를 갖고 있고 고민이 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읽는 책을 들키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내 마음을 들키는 것 같아서. 하지만 이런 익명의 포스트잇엔 적어서 붙여둘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지금, 당신은 무엇을 읽고 있나요?





3. Mcnally Jackson Books 책 벽지와 천장 전시

치슐랭가이드 출간기념회를 앞두고 이 공간을 봐서 그런지, 이렇게 책으로 공간을 도배해놔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간 자체를 전시장처럼 만들어두는 것도 매력적인 일이니까. 누가 봐도 서점이었던 인테리어였다.





4. Spoonbill & sugartown, Booksellers의 'Thounght' 서재

예술가들을 위한 책방이라고 불리는 브루클린에 있는 이 서점. 이 서점에는 대부분 예술가들을 위한 책들로 큐레이션 되어있었다.


서재의 구분을 문학, 디자인, 경제 경영 코너가 아니라 'Thought'라고 분류해놓았다. 책을 분류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집에 있는 나만의 서재를 책 색깔별로 구분해놓았다. 꼭 책의 카테고리별로 나눌 필요가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색깔별로 구분해놓고 싶었다. 책장을 구분하는 것은 책방 주인 마음이다. 어떻게 분류하느냐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남들과 똑같이 할 필요 없다. 내 마음대로 주제를 잡고 서재를 만들어보자.


 


우리집 서재




5. Power House Arena 일렬로 책을 읽으며 쉴 수 있게 해놓은 의자

여행 당시 월드컵 시즌이어서 잠시 의자 배열을 이렇게 해둔 것 같지만 책방의 의자 배열을 저렇게 해두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딜 가나 '의자'가 참 중요하다. 서점에서 '책을 팔 것인가', '책을 읽게 할 것인가', '책을 읽으며 쉬게 할 것인가'의 여부는 주인에게 달려있을 것 같다. 주인이 의자를 몇 개를,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6. Strand book store 외 다수의 뉴욕 독립서점 signed books



내가 한국 가면 가장 벤치마킹하고 싶었던 아이디어! 저자의 친필 싸인을 미리 받아두고 그 책에는 <signed edition>이라는 스티커를 붙인다. 가격도 똑같다. 이 싸인 에디션 하나로 스트랜드 책방에 갈 이유가 충분하다. 이거 하나로 책이 너무 특별해진다. 내가 독립 서점을 한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너무 좋지 않은가.


이미 당인리 책 발전소 위례 점은 그렇게 하고 있어서 최은영 작가님의 책을 냉큼 사 왔다.


책발전소 위례




7. Taschen bookstore 의 책 진열과 쇼핑백

땅값(?) 때문에 책 커버를 보이게 디스플레이하는 것이 공간을 구성할 때 쉬운 일이 아니라고 어디서 들었는데 타센 북스토어는 모든 책을 커버가 보이게 진열해두었다. 책방인데 갤러리 같은 공간, 커버로 말하는 타센 출판사의 북스토어였다. 책의 크기와 표지만큼 존재감 있는 쇼핑백들, 들고 다니는 사람들까지 고려하는 타센 북스토어.





8. 콜롬비아 대학교 책 널어놓기

영대가 공부하는 콜롬비아 대학교 강의실을 보러 들어갔다가 발견한 책 진열. 휴게실인 것 같았는데 책을 사다리 같은 곳에 널어놓은 게 인상적이었다. 아름다워라. 책을 디피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9. Housing works bookstore & cafe의 무료 콘돔

뉴욕에서 가장 좋았던 서점을 꼽으라면 Strand, printed matter 그리고 housing works bookstore일 것이다. 모든 책이 사람들의 기부로 이루어지는 헌 책방인지라 흥미로운 책이 엄청 많았다. 노숙인과 에이즈 환자를 위해 자원 봉사자들이 자발적으로 이 책방을 운영해나가고 있다는 점도 놀라웠다. 우리 동네에도 자발적인 중고 서점이 존재한다면 진짜 열심히 들락날락할 텐데...



이 책방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에이즈 예방을 위해 무료 콘돔을 나누어주는 것이었다.

No glove, no love.





10. Strand Bookstore에서 팔고 있던 구겨진 시티맵

부드러운 종이 재질, 그리고 마구 구겨지는 것과 내용이 주는 Contrast가 너무 좋았다. 복잡한 도시를 새롭게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만져지는 것과 내용물에 대한 차이를 이렇게 둘 수 있구나!





11. 왼쪽엔 서점, 오른쪽엔 카페 'That's really all you need.'

왼쪽엔 Codex 서점이, 오른쪽에는 think coffee 카페가 있었다. 벽에 그려진 벽화를 보고 너무 설레었다. 지금 이 순간 책과 커피면 충분하다. 암, 그렇고 말고요!

 

안으로 들어가면 이 두 곳이 조그만 문으로 연결된다. 비밀의 방처럼. 책을 보고 있는데 커피 냄새가 났다. 이렇게 분리되어있는 것이 기존의 합쳐져 있는 북카페들보다 훨씬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샴푸, 린스도 따로 쓰는 게 좋던데. 




12. 엄청난 양의 데이터로 추천하는 Amazon books

 여행 내내 독립 책방을 다니다가 아마존 북스에 갔는데 입이 쩍 벌어졌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로 사람들을 들었다 놨다~ 이 곳에서는 팔릴 수 있는 책이 무엇인지 정확히 말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아마존 북스는 확실히 알고 있다. 그 데이터를 무서울 정도로 잘 활용하고 있었다. 소름 돋을 정도로 추천해주는 것이 재밌었다. 나는 마케터로서 어떤 데이터로 사람들에게 제안할 수 있을까? 데이터에 매몰되지 않고 현상을 발견하고 이렇게 새로운 제안을 하고 싶다. 



 




13. 뉴욕 책에서 발견한 것들 (부제 : This is a Book)

나에게 가장 많은 영감을 줬던 책들을 모아보았다. 영감을 준 책들의 대부분은 strand bookstore와 Printed matter 그리고 mast books에 많이 있었다. 그리고 아래 적은 책들은 모두 사 왔다.




<그대로 복각한 책들>

동행자 뀰이 냈던 첫 번째 책 '도쿄 규림 일기'가 많이 생각났던 책들. 복각본이 많았던 뉴욕.

미국의 국민 노트인 컴포지션 노트에 뉴욕의 아티스트 바스키아가 적은 것들을 그대로 제본 떠서 만든 책이다.

그 나라를 대표하는 노트에 아티스트들이 날 것 그대로 적은 것을 보았을 때 가슴이 두근거린다. 남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며 그의 글씨체는 어떻고 당시 어떤 기록을 했는지 들여다보는 것은 정말 재미있다.



이 책은 every person in newyork으로 유명한 제이슨 폴란의 도쿄 여행을 하며 그린 책이다. 제이슨 폴란의 드로잉도 재밌었지만 중간중간 나오는 음식 사진들을 양 옆으로 쫙 펼쳐서 보여주는 것이 재밌었다. 페이지의 경계 없이 사진을 사용했을 때 주는 임팩트가 있다.


제이슨 폴란이 더 궁금해서 그의 인스타를 들여다보니 음식 사진을 참 잘 찍더라! 나는 음식 사진을 정말 못 찍는데 먹음직스럽게 올리는 것도 능력이다. @jasonpolan



이것은 누구의 메모장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 역시 노트를 그대로 옮겨온 책이었다. 1탄, 2탄, 3탄까지 있었는데 이 작은 메모장이야말로 진짜 남의 아이디어를 몰래 보는 기분이었다. 메모장에 종이 붙인 것까지 그대로 살렸다. 이렇게 작은 메모장까지 책이 될 수 있다. 꺼진 메모장도 다시 보자!




이런 게 뉴욕의 매력이었다. 오래된 것들, 있는 그대로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개성 있게 재탄생시키는 이러한 것들 말이다.




<판형이 재밌는 책>

누군가의 서재가 궁금할 때가 있다. 그들은 무슨 책을 읽는지, 그들의 서재에는 어떤 책들이 꽂혀있을지.

이 책은 뉴욕의 아티스트들의 서재를 인터뷰한 책이었는데



인상적이었던 것은 책 판형이 서재의 모양대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옆으로 펼치면 아티스트들의 서재가 보인다.



유나 님의 Berlin fullmoon이 떠올랐던 이 책은 문 모양을 그대로 책의 판형으로 만들었다.



Berlin Full Moon/김유나




이것은 포토부스에서 찍으면 나오는 세로 4컷 사진을 그대로 만든 책이다. 사진 속 주인공이 아주 익살스럽군.



이런 판형의 책들은 나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나도 더 재밌는 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스타하러 도쿄 온 건 아닙니다만/이승희


내가 만든 책도 인스타그램 판형 그대로 만들었다. 당시 이건 책이 아니라고 계속 부끄러워했는데 나의 <인스타 하러 도쿄 온 건 아닙니다만> 책을 더욱더 당당히 책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ㅋㅋ)


This is a book!


언젠가 교보문고에서도, 알라딘과 같은 대형 서점에서도 다양한 판형의 책을 만나볼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그냥 나도 이렇게 만들고 싶다 책>

치즈 대신에 할 수 있는 말은? 순간을 포착해서 만든 사진집이 아주 유쾌했다.



THRIFT는 '건져 올리다.' 즉, 중고물품을 뜻한다. 이 노트는 구제 옷을 친구들에게 입혀 화보처럼 찍어 중고의류 화보집을 만들었고 뒤에 판매내역도 첨부해놨다. 내가 갖고 있는 중고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도 작가의 노트를 그대로 복각한 것으로 보였다.

 




<내 눈을 사로잡았던 책들>

책을 꽂아놓는 것만으로 궁금하게 만드는 책등. 책등도 앞표지만큼이나 중요하니까.



이 책의 왼쪽 기사와 오른쪽 페이지를 보라. 발견했는가?


이번 여행을 통해 왜 뉴욕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거대한 땅, 뉴욕에 있는 책방에서 발견한 영감 덩어리들은 나에게 고정관념은 고정관념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왜 수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가게를 오픈하기 전에 뉴욕에 와서 보고 배우고 가는지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한국보다 트렌드가 10년은 빠르다는 뉴욕에서 배울 점이 너무 많다. 트렌드는 흘러가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지만 그 현상 안에서 마케터들은 메시지를 반드시 발견해야 한다. 그것이 나의 숙제인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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