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초등 교사, 제 2의 인생 준비하기
교육을 통해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일이 좋았다.
'교육을 더 배우고 싶다.'
'교육 전문가가 되어 더 제대로 된 교육을 하고 싶다.'
이런 마음으로 잘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교육대학교 입시를 준비했다. 교육대학교가 아닌 이화여대 초등교육과를 가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잘했던 것 같다.(등록금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나긴 했지만, 인생에서 이 정도 투자는 괜찮은 것 같다.) 이화여대는 사범대학 안에 초등교육과가 있는 구조였다. 그래서 다른 사범대 수업을 들을 수 있었고, 더 나아가서 사범대가 아닌 타 전공 수업도 들을 수 있었다. 초등교육분야가 아닌 분야의 수업을 들으며 좀 더 폭넓은 교육 관점을 가질 수 있었다.
초등교육과 강의를 들을 때 가장 재미있었던 건 '수업 만들기(수업 설계)'였다. 교육과정을 분석하여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는 활동들을 구상하는 일이 즐거웠다. 구상한 수업을 직접 하고 싶어서 내향형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수업 발표를 하겠다고 먼저 나서기도 했다. 그만큼 [수업을 준비하고, 실제로 해보고, 성찰하는 모든 과정]이 좋았다.
수업 연구는 초등교육과 강의를 들을며 충분히 하고 있으니, 내가 가르칠 아이들에 대해 더 배울 수 있는 전공으로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때부터 '그래, 내가 아무리 수업을 잘 만들더라도 배움의 당사자인 아이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때마침 전에 없던 [아동학] 연계 전공이 생겼다. 고민하지 않고 [아동학] 연계 전공을 신청했다. 아동발달, 부모교육, 인지심리, 가족 등 내가 앞으로 만날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둘러싼 환경을 배웠다.
교육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달렸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까지 노력해 본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학부 강의만으로는 목마름이 있어 대학원 진학을 꿈꾸었지만 현실에 부딪혔다. 임용고사라도 떨어졌으면 그걸 핑계로 대학원을 갔을텐데 덜컥 붙어버렸다. 당시 우리 집 경제 상황을 생각하자니 임용고사를 붙었는데 대학원 가는 선택을 차마 할 수 없었다.(이렇게 쓰긴 했지만 어쩌면 나에게 용기가 부족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초등교사를 해야 할텐데 이 기회를 놓치면 또 언제 기회가 올까? 이런 마음이 있었던 것일지도...)
그렇게 공교육 초등교사가 되었다.
하지만 공교육은 나에게 맞지 않은 옷임을 서서히 깨닫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