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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때굴짱 Oct 04. 2023

기억에 남는 여행

우리가족 캠핑





오늘의 주제, "여행" 단어만 들어도 설레는 것을 보면 아직 팔팔한 나이인 것 같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로 여행 다운 여행을 못 해본 것 같습니다. 몇 년 전의 기억 속으로 돌아가 보니 가족 캠핑이 그립고 다시 가보고 싶군요.



이번 이야기는 가족 캠핑으로 떠나 봅니다.







첫 캠핑.



둘째가 3~4살 때였을까?


이벤트로 참석한 반쪽짜리 캠핑이 시작이었다. (텐트와 기본 식기류들이 기본 구성)


이후로 집사람이 완전체 캠핑을 꿈꾸면서 하나둘씩 캠핑 용품을 사 모으기 시작한 것 같다.




캠핑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들에게 자연 그 자체에서 하나가 될 수 있는 경험을 만들어 줄 수 있고,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들을 가족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다.


펜션이나 호텔에서 숙박과 달리 저렴하게 묵을 수 있지만, 캠핑 용품 비용을 생각한다면 자주 다녀야 뽕을 뽑을 수 있기에 지속적으로 다니게 된다.



캠핑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것 중 하나가, 둘째 꼬맹이가 처음 본 친구들에게 말을 붙이는 행동이다.


대놓고 직접 적으로는 말은 못 하고, 주변을 기웃거리면서 말을 걸 틈을 노리는데, 그 모습을 동물에 비유하자면 먹잇감을 사냥하는 한 마리의 치타를 보는 것 같아 나와 집사람에게 웃음을 주곤 했다.




드디어 집사람이 캠핑을 위해서 하나 둘 사서 모아둔 캠핑 용품을 사용할 때가 되었다.



퇴근 후 금요일 밤부터 부산하다. 고작 하룻밤 자고 올 텐데, 챙겨야 할 짐들이 한가득이다. 이 많은 짐들이 차에 실릴 수 있을까 하고 조금은 걱정되기도 했지만 "까짓것, 테트리스 열심히 해보지 뭐!"라는 생각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이튿날 이른 이른 아침. 아니나 다를까, 하나하나 옮겨보니 거의 이삿짐 수준이다. 그래서 캠핑을 제대로 다니려면 7인 승인 카니발로 바꿔야 한다는 의미를 알았다.



결국 고민 끝에 뒷자리 절반까지 차지하고 나서야 출발할 수 있었다. 4인 가족이었으니 망정이지, 아이 하나 더 낳았으면 집사람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뻔했다.



캠핑장 도착! 우와! 조용한 산속 캠핑장은 맞는데, 몇 십 개의 텐트가 4열 종대로 아주 길게 설치되어 있다.


11시 남짓에 도착한 시간이었는데도, 많은 가족들이 이미 도착해서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이때까지는 즐겁게 보낼 생각만 했지, 다음에 있을 고비에 대해서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캠핑의 꽃 '텐트와 타프 치기'



텐트와 타프가 바람에 쓰러지지 않도록 땅에 캠핑 팩을 박고 끈으로 고정하는데, 끈을 당길수록 조여지게 묶는 방식을 몰랐다.



텐트는 스스로 지탱할 수 있기에 티가 나질 않았는데, 타프는 계속 넘어지는 것이다. 이렇게도 묶어 보고, 저렇게도 묶어보고 한쪽을 나무에다 매달아도 보고. 시간은 흘러 흘러 2시간이 지났을 것 같다. 5월의 한낮은 엄청 뜨거웠고, 주변 사람들이 다 날 보고 비웃는 것 같고, 정말 때려치우고 집에 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집사람도 무안했을 것이고, 또 안쓰러웠는지, 옆집에 가서 어떻게 설치했는지 한 번 보면 되지 않을까? 설득한다.



아흐! 이건 남자의 자존심인데!



결국 남자의 자존심을 꺾고, 옆에서 설치한 타프의 매듭 부분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이름 "줄 고정 스토퍼" 란 것을 사용할 줄 몰랐던 것이다. 이 쇳덩어리가 뭔가 하고 지나쳤던 것이 실수였던 것이다.



결국 벤치마킹을 통해서 제대로 설치했고, 잠자리 들기 전까지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가 마지막 고비를 만났다.


5월 중순, 산속에서의 밤은 한 겨울과 비슷했다. 개 떨듯이 벌벌 떨면서 잤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침낭과 전기요를 샀다는 것!



지금 생각해 보면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 것 같다.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무대보로 해보면 되지 않을까 했던 안일한 생각.



이후에 캠핑엔 뭘 사던 미리 연습하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고, 용품들은 점점 화려해졌다.


큰 아이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캠핑을 접게 되었지만,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집사람이 그만 팔자고 하는 거, 나 혼자라도 갈 생각으로 고이 모셔두고 있다. 내년엔 혼자라도 꼭! 도전해 볼 생각이다.






기억에 남는 여행이라고 해서, 행복한 시간을 적으려고 했는데 그만 나의 개고생 이야기만 적고 끝났다.



이후 다시 적을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하고 여기에서 마무리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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