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궤양 극복기, 때굴짱의 세 번째 이야기
100일 목표로 식단일기를 쓰면서 알게 된 것 중 많은 습관에 길들여 있었구나 알게 되었는데 몇 가지를 소개하여 봅니다.
첫째는 내가 맛있다고 하는 음식들 중의 대부분이 매우 자극적인 맛을 띄는 것들이었다. 부모님 두 분이 호남이 고향인지라 양념이 진한 음식들을 많이 먹고 자라왔고 그것이 진정한 맛이라고 자연스럽게 터득했다고 할 수 있다. 주변 분들도 어머니 음식이 맛있다며 칭찬도 많이 받아왔었고 말이다. 물론 이것이 나쁘다는 말은 절대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 단지 위가 좋지 않았던 나에게는 치명적인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담백한 맛과 같이 싱겁지만 구수한 맛이 나는걸, '비로소 나에게 맛있다는 표현'으로 다시 정의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둘째는 규칙적인 삶을 살아가는 게 이렇게 힘든 것인 줄 몰랐다. 작년 기준으로 46년을 살아왔고 그중에 고작 100일만 정해진 시간에 음식을 먹고, 정해진 시간에 운동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글을 쓰고 공유하면 되는데 말이다. 맛있다고 생각한 음식 먹기를 포기해야 하고, 여러 모임들의 참석도 포기해야 하기에 사회적 동물인 내가 살아남으려면 만남을 줄여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었다. 마음먹은 100일 미션을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이려면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는 철저히 혼자여야만 했다. 함께여도 외롭다는 걸 알게 되는 배웠는데 나중에서야 그게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닌 걸 아는 계기가 되었다.
셋째는 취미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줄기차게 해 왔던 행동들을 줄여 나가면서 상대적으로 많은 여유가 생겼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여유를 즐기는 게 아니고 오히려 불안하다는 생각이 나를 휘감았는데, 아마도 나는 나 자신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주고 있었구나 알았다. 군대 제대 이후 한 시도 쉬어 본 적이 없이 한 회사에서 23년을 달려왔다. 월화수목금금금 워크홀릭에 일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을 증오했다. 왜 그랬을까? 누군가 나를 감시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서빙하는 로봇도, 휴대폰도 충전이라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나는 기계보다도 더 심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우연히 블로그를 통해서 책을 리뷰하는 블로거 몇 분을 알게 되었는데, 그중 한 분이 바로 '삼일작심'을 주최하는 '코유'님이었다. 매일 같이 책 리뷰를 남기는 게 신기했고 사실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쓸 수가 있을까?' 하며 살짝 의심도 했지만 그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거짓이 아님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나도 따라 하게 된 것이 바로 책 리뷰 블로거였다. 몇 개월간 독서와 리뷰에 몰두했고 나도 코유님을 따라 도서 인플루언서가 되었다. 그분이 글쓰기 모임을 연다고 해서 1회차부터 열심히 참여를 하고 있고, 이제는 브런치 작가를 꿈꾸고 있다.
넷째는 운동을 하게 되었다. 좋은 음식을 잘 먹는다고 해서, 좋지 않은 음식을 덜먹는다고 해서 건강이 갑자기 좋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여기에 한 가지를 추가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운동을 통해서 땀을 흘리어 내 몸속의 노폐물도 배출하면서 보너스로 스트레스까지 한 방에 날려버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었다. 물론 갑자기 헬스를 등록하거나 거창한 운동은 아니었고, 아침에 일어나서 팔굽펴 펴기 30회 이상. 그리고 평일에는 무조건 만 보 이상 걷기를 했고, 주말에는 더 많이 걸었다.
결혼생활 19년 차, 아이 두 명에 집사람까지 4인 가족을 책임지는 외벌이 가장으로 무엇보다 돈벌이는 놓을 수 없었다. 오래도록 돈벌이를 하려면 건강을 지켜야 했다.
몇 년을 별다른 증상 없던 위염이 코로나 백신으로 인해서 위궤양으로 증폭시켰다는 의심을 거둘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엇 하나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어쩌면 나이가 더 들어 심각한 상황이 왔으면 치료하기 어려울 수도 있었겠다는 긍정적인 생각과 식단 관리를 통해서 바늘로 찌르는 고통의 통증을 벗어나는 길이라 생각했다.
다음 편에서 더 자세히 설명을 하겠지만, 일단 결과를 먼저 말하자면 100일 식단 관리하면서 통증은 거의 개선되었고, 이후 꾸준한 관리를 통해서 잔 통증마저도 사라졌다. 이전의 위내시경 결과는 홍시처럼 피로 물든 위였는데, 100일 이후 재검한 결과는 위에 피가 맺혔던 모습은 볼 수 없었고 위염 정도로 개선(?) 되었다. 여전히 술은 거~~~~~~의(?) 마시지 않고 있고 자극적인 음식도 피하고 있다. 그야말로 나는 약간 싱거운 사람이 되어버렸다.
삶은 정답이 없다고 공감한다. 다만 배움이 지속되면 더 행복할 수 있다.
내가 모르던 사람들의 취미나 그들의 규칙 등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바른 사람들의 행동을 배울 수 있는 의지만 있다면 시간은 들지언정 변화될 수 있음을 이 글을 통해서 알리고 싶다. 이는 거창한 것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나의 경우는 병은 천천히 찾아오는 것이 아닌 자고 일어났더니 아프기 시작했으니 정말 한순간에 찾아왔는데, 고통을 무시하고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을 가졌다면 그 결과는 끔찍했을 것이라 장담한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용기를 낼 수 있었고 응원과 믿어주는 이들이 있었기에 지켜나갈 수 있음을 안다.
<책과 글쓰기> 내 인생에서 책도 신기하지만 글까지 쓸 줄이야. 나도 신기할 따름이니 말이다.
여러분들에게도 강추합니다. 독서와 글쓰기.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어 줍니다.
인간은 변할 수 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