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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때굴짱 Sep 27. 2023

끼니를 가려 먹고 간식을 끊고 이를 기록하다

위궤양 극복기, 때굴짱의 네 번째 이야기


위궤양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서 여러 검색한 결과 공통점은 나의 식습관을 알아보는 방법이 제일 중요했다. 


건강에 좋은 약을 매일 꾸준하게 복용한다고 해도 매일같이 소주 3병과 함께 마신다면 큰 효과는 누리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다.  그것은 바로 '기록'을 통해서 내가 어떤 패턴을 갖고 생활을 하고 있는지 객관적인 판단을 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요즘 빅데이터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간단하게 말해서 사람들이 일반적인 행동을 지속적으로 저장하여도 이를 자료화하면 빅데이터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데이터를 수집한다고 해서 과연 그 자료기 쓸모가 있을까? 물론 순수 데이터는 아무런 존재 가치가 없다. 해당 데이터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얻어낼 때 비로소 황금처럼 큰 가치를 찾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카드 회사에서 나에 소비패턴을 분석하고 해당 소비를 부추기기 위해서 금요일에 할인쿠폰과 무료 주차권을 제공한다는 것처럼 말이다.  




식단일기, 기록의 시작



나의 식습관을 분석하기 위해서 식단일기를 기록하기로 마음먹었는데, 무한정하기에는 자신이 없었고 일단은 100일을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는데, 마침 블로그에서 '미션 위젯으로 나의 도전 목표를 기록하세요.'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아프리카 속담에 '혼자서 하면 빨리 걸을 수 있지만, 함께 걸으면 멀리 걸을 수 있다'라는 말처럼 누군가 함께하고 있고 이를 보여 줄 수 있다면 목표를 이루기 수월했다. 


그리고 어떤 무엇도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나 역시 지속적으로 내용을 보완해나가면서 기록을 했다.


처음 시작은 점심에 식당 밥을 먹지 않고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는데, 이를 기록하는 내용과 사진을 찍어서 인증하는 방식을 취했다.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사진과 반찬의 기록을 남겼다. 단순하게 뭘 먹었는지만 남기면 밋밋할 것 같기에 당시에 점심시간을 이용한 강의를 듣던 게 있어서 일부 함께 올리기도 했다. 


야근을 하게 되면, 최대한 건강 맛집을 선별해 배달해 먹었고 버리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고 싱거운 음식으로 최대한 가려먹었다. 


운동을 병행했다. 일단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했는데, 그건 걷기였다. 1만 보 걷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다. 딱 90분이면 1만 보가 채워진다. 




식단일기, 코로나 확진에도 멈추지 않는다.



식단일기 30일차에 코로나 확진이 되었다. 당시에는 정부에서 엄격한 통제가 있었고 하루 먼저 확진된 집사람도 많이 아파하고 있었기에 음식 준비에 애를 먹었었다. 고열에 기침에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의 식단일기를 멈추게 할 순 없었다. 마침 냉동실에 있는 재료를 소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았다. 

긍정 마인드는 이럴 때 써먹으면 참 좋다. :)


부부 둘 다 코로나 확진으로 둘은 사이좋게 거실에서 생활하게 되었고, 아이들은 각자의 방에서 나올 수가 없었다. 아이들의 식사는 각자의 방에서 해결하도록 배식(?)을 넣어줬고, 나는 고열로 골골 되면서 긴 잠을 청했다. 살면서 이렇게 잠을 많이 잤던 날이 있었나 할 정도였고, 자고 나도 목이 불타오르는 증상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누가 매운 고춧가루를 목 깊숙한 곳에다 잔뜩 뿌려 놓고 디시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느낌이랄까. 


아파도 식단 일기는 멈출 수 없었다. 냉동고에 늙은 호박이 있었던 터라 아픈 몸을 이끌고 호박죽을 직접 쑤었다. 자랑삼아 호박죽 레시피를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는데, 만약 블로그를 하지 않았다면 100일의 식단일기는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고, 내 위도 오래도록 아파했을 거란 생각이다. 




식단일기, 내가 무엇을 해도, 하지 않아도 시간은 간다.


시간은 흐르고 흘렀고, 나의 식단일기도 지속해서 업그레이드되었다. 감사의 일기라는 주제를 넣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실었다. 그러면서 소통하는 이웃님들이 늘었으며 소통을 통해서 더욱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제일 공이 큰 사람은 역시 집사람이다. 100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건강한 재료를 통해서 삼시 세끼를 챙겨 주었기에 100일이라는 식단 일기를 지속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밑거름이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후로 나도 조금은 착해(?) 졌다. :)


100일 식단 관리를 통해서 위 통증은 대부분 개선되었기에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지금껏 살면서 100일이라는 시간 동안 꾸준하게 행동을 했다는 게 처음이지 않았을까 싶고, 모를 자신감을 얻게 되었는데, 이를 기초로 블로그 1일 1포를 할 수 있는 습관까지 들이게 되었다. 


하나의 행동은 두 개의 행동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또 여러 방향으로 전염이 된다. 나쁜 행동도 전염이 되지만 좋은 습관도 전염이 된다는 것을 직접 경험을 통해서 알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나는 건강을 회복하면서 또 다른 것을 도전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바로 책이었다. 


나는 아픈 후에야 책을 많이 읽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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