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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때굴짱 Mar 20. 2024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2화>

나의 행동 하나하나를 관찰하다

인간은 어떤 새로운 환경이든 적응하는 동물이라는 말에 공감을 사게 된 건 바로 군대생활이었다.

자대 배치 후 아버지가 이발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간부이발병로 발탁되어서 군생활 내내 간부들의 머리를 깎아야 했고 평일 저녁과 주말이면 사단장님의 머리를 손봐야 했다. 혹시 서당개 3년이면 뭐라도 할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의문을 갖는다면 전혀 아니라는 답변으로 나는 이발에 대해선 관심조차 가진 적이 없었으며 선임에게서 1개월 정도 시달림을 받은 후 점점 그 세계에 젖어들었다.

사람은 신기하게도 한 가지 일만 계속 주입시키면 뭐든 하게 마련이다. 물론 완성도면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운영에는 큰 문제가 없을 정도의 수준은 누구나 할 수 있었다. 그렇게 국방부의 시계를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있는 것이다.



6개월이 넘도록 바늘로 위를 콕콕 찌르는 통증이 계속되었음에도 일상생활에는 큰 지장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고통이 먹고사는 일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 상황도 새로운 상황에 적응이라면 적응일 것이다. 다만 새벽에 문득 잠이 깨었을 때에는 조금은 다른데, 막 잠에서 깨어 비몽사몽 한 상태로 어둡고 조용한 방에서는 딱히 다른 생각을 하기 어려웠기에 자연적으로 통증에 집중하게 되는 일이다. 이건 마치 '지금부터 하얀 곰을 생각하지 말라'는 말과 같은 정신적인 고문이 시작되는 것과 같았다.




혹시 나의 식습관이 문제가 아닐까?


누군가 그랬다. "아침에 눈을 뜸과 동시에 사소한 모든 행동을 포함해서 한 번 적어봐" 혹시 내 행동에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일러 주었고 나는 기름지거나 매운 음식을 먹는 편이 아니어서 별 의심을 하지 않고 있었다가 혹시나 하는 생각을 일깨워주는 일침이었다. 어차피 그 당시에는 내가 알고 있는 여러 방법들 중 어느 것도 제대로 먹히지 않았기에 듣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렇게 나는 내 습관에 대해서 하나하나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태어난 후 46년 만에 말이다.



그렇게 며칠을 나의 행동을 바라보면서 알게 된 것 중 하나가, 은근히 식탐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첫째. 배고픔을 참지 못한다.

   - 식사 시간 직전에 뭔가를 항시 먹고 있다. (사내 냉장고에 군것질 거리가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


둘째. 커피를 자주 마셨다.

   - 카페인은 위염을 악화시킨다.


셋째. 운동을 하지 않고 있다.

   - 숨쉬기 외에는 별도 운동을 하고 있지 않다.


건강에 좋지 못한 습관 중 위 3가지는 자주 등장하는 목록인데 난 안좋은 걸 제대로 지키고 있었다. 이것도 습관인지라 별 의식하지 못했다는 것 역시 내가 가진 고정관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중 가장 힘든 건, 바로 커피를 끊는다는 것이었다.


현 부서에서 부서장인 난, 100만 원이 넘는 드롱기 커피머신을 사기 위한 열정의 추억. 이후 엄선한 고급 원두로 하루 석 잔은 신나게 즐겨 먹던 아메리카노를 먹을 수 없다는 건 엄청난 고통이었다. 일찍 출근해서 커피 한 잔 내리면서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향긋한 커피 향과 그 맛을 즐길 수 없다는 건 일종의 죄악이었다!

하필, 커피 머신은 내 자리와 아주 근접하고 심지어 울려퍼지는 커피 향까지 맡을 수 있을 정도이다.



아! 살려면! 해야지!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을 챙겨 보았다.

이제야 알아간다. 새로운 실천도 어렵지만 하지 않아야 하는 것 역시 만만치 않았다는 거.


그렇게 하나씩 배워간다.


<2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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